문학으로 보는 5·18 광주민중항쟁

고(故) 김남주 시인은 그의 시 「바람에 지는 풀잎으로 오월을 노래하지 말아라」에서 다음과 같이 노래하였다. “피의 학살과 무기의 저항 그 사이에는/ 서정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자격도 없다/ 적어도 적어도 광주 1980년 오월의 거리에는” 결코 서정적일 수 없는 그해 봄날 광주. 그해로부터 스무 해가 흘렀다. 그 동안 그 도시 민중에게 씌워졌던 ‘폭도’라는 누명도 벗겨지고, 망월동 묘역엔 추모탑도 세워졌으며, 해마다 추모행사가 열린다. 그러나 그 흘러간 시간만큼 5·18 광주민중항쟁은 역사 속에서 올바로 자리매김되고 있는 것일까? 혹시 기억 속에서 망각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광주 항쟁 스무돌을 기념하여 최근 출간된 여러 문학 작품집들은 이러한 무관심과 망각을 경계하는듯 우리에게 ‘광주민중항쟁’을 다시금 새롭게 되새기게 만든다. 시인 황지우가 선보인 희극 「오월의 신부」(문학과지성사)와 문순태의 「그들의 새벽」(한길사), 5·18 20주년 기념 소설선집 『밤꽃』(이룸)과 시선집 『꿈, 어떤 맑은 날』(이룸)들이 바로 그것이다.

황지우의 시극 「오월의 신부」는 그해 열흘 동안 광주에서 벌어진 일들을 그의 특유의 시적인 언어로 재구성해내고 있는 작품으로, 도청이라는 한정된 공간 속에 놓인 민중들이 겪었을 내면적 갈등과 사랑, 그리고 극단적인 고립감과 공포감만을 자아내는 상황 속에서 어떻게 인간이 운명을 받아들이고 거부하는가를 극적으로 형상화해내고 있다. 그에게 있어 그날의 광주는 결코 참담한 비극으로서의 의미만을 지닌 것이 아니다. 그는 그때 도청에서 목숨을 바친 민중들의 모습 속에서 인간을 긍정할 수 있게 하는 숭고함과 거룩함을 발견하고 있다.

황지우의 희극이 이처럼 광주민중항쟁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해내었다면 소설가 문순태의 장편 소설 「그들의 새벽」은 당시 상황의 실체적 진실 규명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의 소설은 기존의 5·18 소설이 대학생 지식인 중심인 것과는 달리 하층민들 즉 구두닦이, 철가방, 다방레지, 술집 호스티스, 양아치, 택시기사, 공장 직공 등의 밑바닥 젊은이들이 주요인물로 등장하는데, 그는 그의 소설에서 최후까지 도청에 남아 죽음을 받아들였던 이유를 밝히고자 한다. 그는 말한다. “그들이 죽음을 선택한 것은 신념이나 이념 때문이 아니었다. 그들은 이념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었다. 단지 사람답게 살고 싶었던 마지막 자존심 때문이었다” 즉 그는 그의 소설을 통해 민중의 고통과 그 무한한 힘을 20년이 지난 지금-여기에 다시 재현해내고자 했던 것이다.

이와 같은 문순태의 소설은 5·18 20주년 기념 소설선집 『밤꽃』에 실린 홍희담의 「깃발」, 공선옥의 「씨앗불」, 임철우의 「어떤 넋두리」, 채희윤의 「어느 오월의 삽화」와 어느 정도 맥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는데, 이들 단편 소설 또한 그 당시 그 사건을 겪던 하층민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담아내려고 한 시도들로서, 그때를 아프게 그려내고 있다.

또한 엄원태의 시 제목을 표제로 삼은 시선집 『꿈, 어떤 맑은 날』은 이른바 도식적이고 직설적인 작품을 제외하고 그해 5월 당시로부터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채, 상대적으로 객관적이고 깊이 있는 성찰을 담은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 시집을 통하여 우리는 이 시대를 고민하고 있는 시인들의 분노와 부채감, 그리고 뼈아픈 성찰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어느 정도 문학적 성과를 거두고 있는 작품들이 우리에게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5·18 문학이 가야할 길은 아직 멀다. 광주의 비극이 다 씌어지기에는 그 상처가 너무도 깊기 때문이며 또한 우리 사회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망각의 힘이 너무도 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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