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5월의 햇살이 우리를 들뜨게 하는 요즘. 새 천년 첫 전농벌 대동한마당이 학내 곳곳에서 열린다. 이번 대동제의 행사내용은 ‘장산곶매 가요제’, ‘우유 빨리마시기 대회’, ‘학내민주화 염원 달리기 대회’ 등 행사내용은 예년과 별로 다를 바 없지만 행사개최의 의미는 남다르다. 왜냐하면 학내갈등상황으로 인해 개최 여부조차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개강과 동시에 수강신청 변경제한조치철폐투쟁, 등록금 동결투쟁, 본관 점거 등 학생들과 본부는 계속해서 대립을 해왔다. 이유야 어찌됐든 학내갈등은 서로에게 커다란 상처와 피해를 주었다. 이런 상황속에서 우리는 새천년 첫 대동제를 맞이한다. 흔히 대동제하면 학생들이 준비하고, 학생들만이 즐기는 축제로 인식된다. 한쪽에서는 술을 마시며 신나게 놀고, 다른 한편에서는 수업에 방해된다며 항의를 했다. 서로 크게 하나 된다는 뜻의 ‘대동’(大同)이라는 의미와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97년 연세대에서는 시위학생들과 진압전경들의 극한 대립으로 인해 빚어졌던 96년 연세대사태의 악몽을 떨쳐버리기 위해 교수, 교직원, 학생이 함께 ‘백양로 난장’이라는 굿판을 벌였다. 캠퍼스를 화염과 군화발자국으로 멍들게했던 고통을 씻어버리고 서로 힘을 모아 학교발전을 위해 노력하자는 의미에서 열렸다고 한다. 이와 같은 ‘대동’의 노력들은 우리에게 타산지석의 교훈을 주고 있다.

총학생회는 이번 대동제의 주된 기조로 ‘우리 모두가 함께하는 대동제’, ‘학내 민주주의와 교육의 공공성 쟁취’를 삼고 있다. 단순히 즐기고 노는 축제에 그치지 않고 특별회계법, 교육재정 확충 등 교육문제에 대해 학생들과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다소 아쉬운 점은 교수와 교직원, 학생들이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다는 것이다. 교수와 학생이 한 조가 돼 이인삼각 달리기를 하고 함께 술을 마시며 대학교육제도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할 수 있는 자리가 있다면 좋을 것이다.

지금과 같은 학내상황에서 이런 요구는 무리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서로 진지하게 대화하고 함께 즐긴다면 학생징계 등 민감한 사안도 의외로 쉽게 풀릴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 ‘시립대’라는 한 울타리에서 함께 살고 있는 공동체의 구성원임을 다시 한 번 상기하자.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