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속의 서울시립대 ④

토요일마다 빈민사회연구동아리 ‘그린두메’의 회원들은 떨리는 마음으로 신내동행 버스를 탄다. 우리 대학 사회복지관에서 ‘초동이 교실’ 수업이 있기 때문이다. 초동이 교실은 신내동 지역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문화 학습 프로그램이다. 모의법정, 연극관람, 발명하기 등의 프로그램으로 짜여진 초동이 교실 수업은 이미 지역 초등학생들의 최대 관심사다.

이주희(화학공학 99) 그린두메 회장은 “가정사정으로 인해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싶어 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교실을 찾는 학생들은 영구임대주택단지에 살거나 장애인·편부모의 자녀, 소년소녀 가장이 대부분이다. 이런 까닭에 문화교실의 학생들의 꿈이 모두 연예인이다. “아이들이 접하는 유일한 문화 매체가 텔레비젼뿐이기 때문”이라고 이주희씨는 말한다.

화요일마다 ‘지실’의 회원들은 가톨릭대와 서울교대의 학생들과 함께 지하철을 탄다. 사당동에 위치한 ‘상록 보육원’에서 중학생들에게 과외 지도를 하기 위해서다. “공부를 가르치는 게 다는 아니에요. 아이들과 함께 사랑을 나누는 게 활동의 목적이죠” 지실의 회원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권태균(정밀기계 99) 씨의 말이다. 지실은 양로원이나 고아원 등을 찾아 청소나 빨래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비정기적으로 이루어지고 수업에 쫓기는 까닭에 활동이 큰 효과를 내기 힘들다고 한다.

우리 대학에서 지역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학생들은 도시사회복지학과 학생들과 그린두메, 지실의 회원, 그리고 각 학과의 소모임 등이 고작이다. 그 밖의 대부분의 학생들은 농활이 봉사 활동의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지역속으로 들어가면 봉사할 수 있는 영역은 무한하다. 중앙대의 경우 매일 학내 식당에서 남는 반찬들을 모아 중앙대 부설 복지관에 보내고 있다. 또한 교직원 노동조합에서는 심장병에 걸린 어린이를 돕고 있다. 기숙사 학생들은 정기적으로 고아원을 방문하거나 아이들을 초청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회 봉사에 뜻이 있어도 활동할 수 있는 길을 찾기는 생각만큼 쉽지 않다. 이런 까닭에 그린두메는 회원이 50명이나 되지만 활동하는 사람은 20명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사회 봉사활동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은 높은 편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변색되는 것이 사실이다. “학기초에 큰 뜻을 가지고 활동하지만, 활동의 폭이 좁고 단조로와 학년이 올라가면서 회의를 느끼는 사람이 많다”고 권태균씨는 말한다.

이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동국대는 학생, 교수, 교직원이 모두 참여하는 ‘참사람봉사단’을 신설하여 대대적인 사회봉사 활동을 벌이고 있다. 특이할 만한 것은 학기 중에 33시간 이상 봉사 활동을 하는 경우 사회봉사 1학점을 인정해주고, 장학금까지 지급하는 등 봉사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런 제도들은 자칫 봉사활동 본래의 의미를 퇴색시킬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밝게 웃는 아이들의 눈망울을 보면 가슴이 따뜻해져요”라는 한 자원봉사자의 말처럼 봉사활동은 해보지 않고서는 그 의미를 알기 힘든 ‘자기 희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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