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생활에서 자신의 견해를 여론화시키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은 같은 뜻을 가진 사람을 모아야하고, 모일 장소도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인터넷은 이런 어려움들을 해결해 주었다. 시공간을 뛰어넘어 수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데다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다. 참여가 쉽다 보니 오프라인 상보다 여론 형성 과정이 빠르다.

이 때문에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몸을 축내며 안티사이트를 만들고 있고, 또 누군가는 시간을 쏟아부으며 열렬히 동참하고 있다. 작은 목소리를 하나로 묶어내는 힘. 그것이 바로 안티사이트의 잠재력이다.
현대자동차는 한 네티즌이 개설한 안티사이트 때문에 곤욕을 치루고 있다. 현대가 만든 트라제XG의 결함을 조목조목 지적해놓은 안티트라제 홈페이지(www.antihyundai.pe.kr)가 바로 그곳이다.

지난 99년 12월 윤회성씨가 만든 이 사이트는 언론의 관심을 끌면서 직접적으로 트라제XG의 판매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개설된 지 5개월만에 18만명이 넘는 네티즌이 방문하고 게시판에 현대를 비난하는 5000여건의 글이 올라오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이 사이트로 인해 결국 현대 측은 3차례에 걸친 리콜을 하였다.

안티트라제의 개설자인 윤희성씨는 이번 결과에 대해 “이것은 네티즌들의 승리이다. 개인들의 작은 힘이 모여 대기업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것이다”라며 기뻐했다.

안티사이트를 통한 항의 운동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이끌어낸 또 다른 예를 보자면, 안티두루넷(www.pusizen.com)이 있다. 요즘 최다 안티사이트를 가진 업계는 인터넷초고속 통신망 사업이다. 광고와 크게 차이 나는 속도로 때문이기도 하지만 초고속 통신망 사용자들이 곧바로 네티즌인 탓도 있다.

안티두루넷은 개인적인 동기로 출발하였다. 부산에 사는 한 소비자가 두루넷을 신청했다가 겪은 각종 불편과 민원사항을 인터넷에 올렸고, 이에 공감한 네티즌들이 모여 안티두루넷을 만들게 되었다. 인터넷을 통한 항의가 심해지자 두루넷측은 지난 2월 18일 김종길 사장이 ‘대고객 품질개선을 위한 선언문’을 발표했다. 선언문의 주요 내용은 “월 3회(1회 4시간 이상) 이상 장애가 발생한 고객에게는 1개월 이용료를 감면해주고 장애로 인해 서비스 해지를 신청할 경우 위약금을 받지 않겠다”라는 것이다.

이러한 안티사이트의 위력을 반감시키려는 웃지 못할 사건이 지난 4월 3일 발생했다. 포항제철의 부당한 해고에 맞서서 지난 98년 이래 3년여동안 고용승계운동을 벌여온 삼미특수강직원들은 지난 3월4일 포스코(포항제철)사이트를 패러디한 안티포스코사이트를 개설했다.

이에 대해 포항제철측이 삼미특수강직원들의 안티포스코사이트를 저작권 침해라고 주장하면서 저작권 위반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이다. 진보진영의 한 관계자는 이번 일에 대해 “포항제철이 문화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법인 저작권법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고 얘기했다.

‘사이버행동네트워크’(n119.net)는 안티사이트를 하나로 묶는 포털안티사이트를 지향한다. 사이버행동네트워크는 닉스 도메인 사건을 공론화 시킨 ‘아이헤이트아이프리’(ihateifree.com)의 운영진들의 새로운 안티사이트 운동으로 소비자의 권리찾기 뿐만 아니라 인권 등 다양한 사회문제로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다. 사이버행동네트워크의 대표인 조수진씨는 “안티사이트는 없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안티사이트가 필요 없는 나라가 그가 바라는 세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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