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속의 서울시립대 ⑤

새벽 6시, 여름이라 어느덧 동녘이 터오고 있지만 아직 학생들은 눈에 띄지 않는다. 아침 6시에서 8시까지 서울시립대는 지역주민들의 공간이 된다. 간혹 학생들이 눈에 띄기는 하나 그래도 이 시간에는 운동을 하는 지역주민들이 더 많다.

산책을 하려고 이제 막 교문을 통과하는 주민에게 인사를 하고 연세를 물어보니 올해로 72세라고 하신다. “운동을 하신지 얼마나 되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벌써 50년째 서울시립대를 다니고 있어요”라며 웃음을 머금었다. 성함을 여쭈어보니 산책이 끝났을 때 가르쳐 주겠다며 느린 걸음을 옮겼다.

이분이 우리대학을 보아온 것은 경성농업대학 때부터이다. 이 지역의 토박이로 아주 오랜 기간동안 우리대학을 애용(?)하셨다. 우리대학으로 산책을 하는 이유에 대해 “그냥 가까워서, 예전에는 과수원도 많고 가축도 키우고 해서 아침에 운동하러 오면 운동보다 가축들 구경하는 것이 더 재미있었지”라고 말씀하신다. 우리대학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교육의 차원과는 다른 새로운 면을 엿볼 수 있는 대답이다.

우리대학은 전농동, 답십리, 휘경동 주민들이 많이 찾는 명소 중에 하나이다. 배봉산을 끼고 있기 때문에 운동 삼아 오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우리대학을 경유해서 배봉산을 등산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30분, 아침운동으로 적당한 시간이다.

휴일이 되면 이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가족 단위로 소풍을 오는 사람들과 운동 삼아 오는 사람이 우리대학을 많이 찾는다. 이들이 생각하는 우리대학의 이미지는 “대학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공원 같다”는 것이 대체적이다. 이 지역 부근의 공원은 배봉산에 있는 근린공원 이외에는 없다. 가족끼리 쉴만한 마땅히 공간이 없어서 많은 지역 주민들은 우리대학을 찾는다.

지역주민들이 방문하는 것에 대해 이름 밝힐 수 없다는 우리대학의 한 학생은 “수업 중에 유치원생들이 건물 앞에서 떠들면서 지나가면 수업에 방해가 되기도 해요, 또 휴일에는 학생들보다 지역사람들이 많아서 대학 같지 않다는 생각도 해요. 하지만 이 사람들이 내는 세금으로 우리대학이 운영되고 있으니 별 수 없죠”라고 말한다. 이 학생의 말처럼 우리대학 구성원들에게 지역주민들이 학교를 방문하는 것은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은 일이다. 자신의 집에 잘 모르는 외부인이 찾아오면 약간 싫은 감정을 갖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대학은 교육의 장소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어느 대학이건 그 지역의 주민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어렵게 성함을 알아낸 노애경씨에게 서울시립대에 대한 이미지를 물어 보았더니 “예나 지금이나 서울시립대는 좋은 벗과 같다”는 말을 해 긴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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