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쾌속선으로 4시간을 달려가야 만날 수 있는 서해 최북단의 섬. 심청이가 아버지를 위해 몸을 던졌다는 인당수를 앞에 두고 북한의 장산곶과 마주하고 있는 백령도에 가보았다. 백령도는 아름다운 섬이었다. 세계에서 두 곳 밖에 없는 해상 천연비행장 사곶 해변, 두무진의 해상 절경, 손톱만한 아름다운 흑돌이 펼쳐진 천연기념물 콩돌해안같은 절경이 백령도에 수놓여 있다. “이 섬을 사랑한다.”는 주민 김소희씨(28)의 말대로 백령도 그 자체는 자연의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러나 백령도는 한반도 분단의 현실을 작은 몸 안에 그대로 응축하고 있다. 철책에 가로막힌 아름다운 해변들, 고개 하나 넘을 때마다 나타나는 군부대, 그리고 수 없이 널려 있는 지뢰밭은 자유로운 통행을 방해한다. ‘들어가면 죽는다’는 지뢰밭 경고 피켓은 1년에 한 건씩은 지뢰사고가 터진다는 섬사람들의 말을 상기시켜 준다. 심청이가 연꽃으로 다시 환생해 떠올랐다는 연화리에서도 이제 전설은 포대와 철책과 함께 숨쉬고 있다.

그러나 백령도는 최북단의 섬에서 다시금 아름다운 섬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90년 초 이 곳을 연결한 쾌속선은 10시간이 넘는 거리를 4시간 안으로 단축시켰다. 단축된 거리는 육지사람들의 관심을 다시 백령도로 돌려놓고 있다. 해가 갈수록 늘어나는 관광객들이 백령도의 절경을 찾고 있다. “관광객들로 여름 매상이 작년보다 두 배나 늘었다”며 즐거워하는 형제식당 주인 이광일씨(35)의 말은 백령도가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름다운 섬 백령도는 다시 소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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