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념사

<서울시립대신문> 창간 37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돌이켜 보면 지난 40년간 우리 사회가 격동적 변화와 압축적인 경제성장을 이루어왔듯이, 우리 서울시립대학도 비교적 짧은 기간에 그 규모나 교육내용면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해왔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 대학이 ‘진리’를 탐구하고, 실용적인 기술을 ‘창조’하며,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학문의 전당이 되는 데에, 서울시립대신문이 알게 모르게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믿습니다. 헌신적인 봉사정신으로 꾸준히 우리 시립대인에게 언론서비스를 제공해 온 대학신문사의 역대 주간교수와 학생기자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대학신문은 아카데미즘을 확산하고, 그 시대의 대학문화를 담아내는 한편 바람직한 대학문화의 창조를 선도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대학공동체와 우리 사회에 대해 지성인의 시각으로 감시하고, 정론직필(正論直筆)을 통해 비판하는 것 또한 대학언론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우리 시립대신문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이러한 역할들을 균형있고, 조화롭게 수행해 나감으로써 명문시대(名門市大)로의 발전을 이끄는 나침반이 될 것입니다.

이제 우리 대학은 지난 30여년 간의 양적 성장을 토대로 하여, 질적인 성숙을 이루어 나가야 할 때입니다. 깊은 성찰과 지적 사유, 그리고 왕성한 창조력이 우리 캠퍼스에서 자라나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 대학은 단순히 사회가 필요로 하는 지식만을 전수하는 공간이 아니라, 그러한 지식을 스스로 얻어낼 수 있는 지적 탐구능력을 갖춘 ‘창조적 지식인’을 길러 내는 상아탑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지식에 건실한 방향성을 주는 윤리의식과 감수성을 고양하므로써, 메마른 지식인이 아닌 지성인(知性人)을 배출하는 명실상부한 학문의 전당이 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럴 때만이 천백만 서울시민이 보람과 긍지를 느끼면서 우리 서울시립대학교에 더욱 큰 관심을 보일 것입니다. 서울시립대신문은 바로 이러한 일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고 대학발전을 선도해주시길 당부합니다.

오늘 날 범람하는 정보전달매체들 속에서 대학신문의 유용성에 대해 회의를 하는 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학신문이 비록 독자들의 입맛에 꼭맞는 읽을거리를 흡족하게 제공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그 속에는 우리 대학발전의 역사와 대학인들의 귀중한 생각들이 담겨져 우리 대학사(大學史)의 사초(史草)가 된다는 점에서 소중한 것입니다. 그리고 서울시립대학교라는 하나의 공동체를 유지해 나가기 위한 대학구성원들간의 중요한 ‘의사전달통로’라는 점에서 그 존재가치가 충분한 것입니다.

<서울시립대신문>은 우리 시립대인에게 귀중한 정보와 교양을 제공하는 중요한 대학행정서비스의 하나입니다. 따라서 독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항상 불편부당한 입장에서 대학구성원들 모두의 이익을 고루 대변하는 공공성(公共性)을 견지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세계사의 전환기 속에서 새로운 시대정신을 구축하고 전달하는 ‘지적(知的) 프로메테우스’의 역할에 충실해 주시길 바라마지 않습니다. 기성언론이 파편화된 현실을 재구성하는 노력을 한다면, 대학언론은 보다 깊고 넓은 인류 정신사(精神史)의 씨줄과 날줄을 엮는 데 힘써야 할 것입니다.

현재 한반도에서 소용돌이치고 있는 세계화의 물결과 탈냉전의 분위기는 또 다른 시대정신(時代精神)의 배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학언론은 편견없는 자세로 시대정신의 올바른 방향을 이끌어내는 주도적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제 불혹(不惑)의 나이에 다가서고 있는 우리 <서울시립대신문>이 변화에 소극적이지 않고 오히려 흔들림없는 자세로 새로운 변화를 스스로 창조해 나가는 진정한 시립대인의 정론지(正論紙)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2000. 8. 28
總長 李 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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