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한국의 문화권력을 진단한다

최근 몇 달간 문학 비평계에서는 이른바 ‘문학권력 논쟁’이라는 것이 활발하게 진행된 바 있다. 이 논쟁은 <문학과지성사>를 포함한 이른바 메이저 출판사들이 문학적 권력을 확대-재생산하는 거점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로부터 출발한 문학계 내부의 논쟁이었다.

그러던 것이 소설가 황석영이 <조선일보>에서 주관하는 <동인문학상>에 대한 자신의 심사거부 의사를 밝히는 것과 동시에, 앞으로는 <조선일보>에 기고 및 인터뷰를 거절하겠다는 주장을 개진하게 됨에 따라, 급기야 문학권력 논쟁은 우리 사회의 지배적인 권력 전체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확산되었다. 최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민언련)을 중심으로 벌어진, <조선일보> 기고 및 인터뷰 거부 1차 선언에 학계와 언론계, 문단을 포함한 154명의 지식인이 동참함에 따라, 새로운 논쟁의 전선이 형성되었다.

문학권력 논쟁이나 조선일보 기고 및 인터뷰 거부 운동 등과 같은 일련의 사태를 통해 더욱 분명해진 것은 우리 사회에서 이른바 지배적인 권력을 행사하는 조직이나 집단은 공생(혹은 카르텔) 관계에 놓여 있다는 점이었다. 때문에 이른바 ‘권력’의 문제는 특정한 한 영역의 문제로 환원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문학계의 지배적인 권력이라 할 수 있을 이른바 메이저 출판사들은, 메이저 언론권력과 매우 친화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경우가 그것이다.

다음으로 언급할 수 있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는 권력의 독점과 이를 통한 재생산이 하나의 구조화된 형태로 지속되는 성향이 매우 강력하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가령 학계의 경우, 교수공채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인데, 이는 자기 권력의 안정적인 방패막을 <교수공채> 과정을 통해 재생산하고자 하는 욕망의 발동에서 오는 것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러니 자발적인 <지식인 백수론>까지 등장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가장 큰 문제는 지배권력을 담지한 개인이나 집단이 도무지 ‘자기반성’의 태도를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가령 <조선일보>의 극우성에 대한 지식인과 시민들의 호된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조선일보>는 이를 전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 교육 개혁의 핵심고리임에 분명한 <서울대학교>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지만, 일부 합리적인 지식인들을 제외하면, 이 문제에 대해 치열한 반성적 사유를 보여주는 서울대 출신 지식인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여기서 한 가지 환기되어야 할 것은, 지배적인 권력에 대한 비판이 권력 그 자체를 부정하는 데서 출발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권력은 순기능과 역기능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역기능을 최소화하면서 순기능을 최대화하자는 것이 권력 비판의 핵심이다. 최근의 권력비판이 <서울대학교> <조선일보> <문학과지성사>와 같은, 학계, 언론계, 출판-문학계의 핵심권력을 향해 있는 것은 이들 집단이야말로 권력의 역기능을 반성 없이 확산시켜 온 주범이라는 저간의 사정이 개입되어 있다.

반성하지 않는 권력은 필연적으로 부패한다. 권력에 대한 비판은 이 부정한 부패의 사슬을 끊기 위한 최소한의 항체로서 존재한다.

이 명 원 (문학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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