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사람 큰 이야기- 하나원 직원 박극씨와의 대화

“달리기로 치자면 우리보다 출발을 조금 늦게 시작한 사람들일 뿐입니다” 통일부 산하 기관인 하나원에서 일하는 박극(남 43)씨는 탈북자들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하나원은 90년대 중반 이후 탈북자 수가 증가하자 정부에서 사회교육코스의 필요성을 느끼고 만든 기관이다. 작년 7월에 문을 연 이후 모든 탈북자들이 이 곳을 거쳤는데 그 숫자가 20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하나원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함경도와 양강도 출신으로 전문직에 종사한 사람보다는 농민이나 노동자였던 사람들이 많다. “기술이 있는 사람들이 아니니까요. 같은 시간에 빵을 만들어도 여기 사람이 10개 만들 때, 5개 정도 만드는 사회적 분위기에 있었던 사람들이라서 더 힘들죠”라며 박씨는 이들이 남한에서 직업 찾기가 어려운 이유를 이야기했다. 이런 이유로 탈북자를 고용하는 곳에 대해 2년 동안 봉급의 절반을 정부가 지원해 주고 있다. 통일원의 통계에 따르면 2000년 3월 6일 현재 탈북자들의 37%가 무직(주부·고령자 포함)이다.

“당장은 언어 문제가 가장 커요. 사용하는 단어나 뜻이 전혀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렇죠. 체제 적응을 잘 못할 거라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실상은 그렇지 않아요. 대부분이 중국이나 다른 곳에서 1, 2년 지내다 오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체제에 대한 이해는 어느 정도 다 가지고 있어요”라고 탈북자들이 적응하면서 힘들어하는 점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탈북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자신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이다.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박씨에게 하소연하는 얘기가 탈북자에 대한 사회의 거부감과 다르게 바라보는 눈초리들이다.

“요즘 많은 탈북 대학생들이 휴학하고 있어요. 이곳 사람들과 똑같이 생활하고 싶은데, 자꾸 주위에서 건드린다는 거예요”라며 덧붙여, “이들은 시혜나 동정의 대상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같은 민족, 같은 한국 사람입니다”라고 박씨는 말했다.

이러한 생각 아래 하나원에서는 3개월이라는 짧은 사회교육코스 과정 중 사회적인 행사는 자제하고 있다. 그러한 행사는 탈북자를 더욱 다르게 보이게 할 뿐이라는 것이 박씨의 생각이다. 탈북자들은 3개월의 과정이 지나면 하나원을 반드시 나가야 한다. 물론 영구임대아파트를 포함한 삼천 칠백 만원의 지원금이 나오지만 불안감을 감출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천백 여명의 탈북자들은 이미 사회적으로 한 계층을 형성하고 있고,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입니다. 탈북자에 대한 문제는 이들에 대한 사회적 시각과 자세의 변화를 우선 필요로 할 것입니다. 그들은 우리와 다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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