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산업문명시대에서 정보문명시대로 전환되어 가는 새로운 한 세기를 맞이하여 지하철 노동조합은 지난 날의 자본 지배적 노동정책과 단기적이고 즉각적인 이익실현을 위한 대립적이고 소모적인 노사관계를 탈피하고 노사가 공존할 수 있는 신 노사문화 창달의 대전환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제 지하철은 수도권 대중교통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중요한 국가 기간시설을 관리·운영하고 있는 공기업임을 인식해야 한다.
시민들로부터 원성 받는 지하철에서 시민 속의 지하철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시민의 편익과 이익 도모를 최우선 과제로 선정해야 한다.

지하철 24시간 운행, 업무영역의 다각화(은행의 99번지로 공과금 납부, 각종 민원서류 발급, 시민편익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의 연계활동, 도심의 문서배달, 퀵 서비스, 생활문화 공간확대, 기타 시민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 확대 등)를 통하여 사회적 공기업으로서의 역할을 짊어지고 공공부문 노조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야 한다.

지하철 24시간 운행은 경제 통행금지 해제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야간 경제활동 인구의 증가는 벤처기업, 동대문의류시장, 병원, 야간대학, 기업체의 출퇴근 시간 조정 등의 구조적 다양성을 확대할 수 있으며, 서구사회와의 경제교류를 원활히 할 수 있다.

지하철의 연장운행은 또한 공공성을 확대시키며 심야 총알택시 등의 위험과 경제적 부담을 덜어 줄 수 있으며 시민들의 경제활동 시간을 증가시켜 새로운 고용을 창출하고 근무형태의 변경을 가져올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시설, 설비 등에 대한 장기적 투자가 전제되어야 한다.
지하철 24시간 운행은 다음의 세 가지 관점에서 준비 검토되어야 한다.
첫째로 열차 24시간 운행으로 사회에 미칠 총 경제활동 이익 대비 지하철 추가 투자비용을 분석하고 이를 위해 연구기관에 용역 의뢰하며 아울러 기술적 타당성 또한 검토되어야 한다.
서울지하철은 공기업으로서 경제성보다 시민의 편익을 우선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여론조사 등을 통해 시민의 여론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열차 24시간에 따른 고용문제, 근무형태, 노동강도, 기타의 제반 노동조건의 변화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노·사 양측 모두 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지난날의 노동운동은 노동조합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투쟁해왔지만 이제는 노동조합이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도 주목을 할 필요가 있으며 공기업 노동조합은 더더욱 그렇다.
이제는 진정으로 사회 구성원 속에서 함께 하는 노동조합으로 거듭나야 하며 과거처럼 자신의 이익관철에만 매몰되어서는 대중적 지지를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지하철 24시간 운행은 야간 경제활동의 증가로 사회 경제에 많은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일부에서는 24시간 운행으로 인한 경제성과 야간 운행에 따른 안전문제에 대한 지적도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지하철은 일정부분 사회간접자본의 성격을 띠고 있기에 산술적으로 계산될 수 없는 경제적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숙지해야 한다.

이러한 양면의 모든 점을 고려하여 과연 지하철 24시간 운행이 서울시, 더 나아가 국민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신중히 검토하여 결정되어야 할 것이지만, 지하철 24시간 운행으로 유효수요를 증가시키므로 개인소득의 증대와 유발투자를 발생시켜 새로운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배일도 서울특별시지하철공사 노동조합 위원장

87. 8 서울지하철 노동조합 초대 위원장
88. 5 서울지역 노동조합협의회 (서노협 초대회장)
93. 8 전국구속 수배해고 노동자상 회복 투쟁위원회 기획실장
99. 10 현 서울지하철공사 노동조합 제9대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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