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언론사들이 느끼는 가장 큰 위기의식은 대학언론의 ‘대중성’ 감소다. 과거 대학언론은 정권에 의해 막힌 대중들의 ‘눈과 귀’ 역할을 하며 학생들로부터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에 따라 언론자유가 일정부분 보장되고 다양한 매체가 등장하면서, 과거 대학언론이 누렸던 ‘인기’가 사라지게 되었다. 더구나 90년대 들어서면서 대학에 대한 사회적 위상도 변화를 겪고 있다. 과거 대학과 대학언론이 갖고있던 ‘사회비판’이라는 대학의 가치가 ‘세계화’와 ‘경쟁’에 바탕을 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의해 약화되고 있다. 이런 객관적인 상황으로 인해 대학언론은 학우들에게 외면 받고, 사회적 위상도 축소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런 일시적인 문제에도 불구하고, 대학언론이 갖고 있는 ‘사회적 가치’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우리 사회에서 ‘대학’은 단순히 학문적인 영역 뿐 아니라 사회문제에 대한 비판과 대항세력의 역할을 해왔다. 이런 이유로 4·19, 6월 항쟁 등 우리 역사의 크고 작은 사건은 대학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더구나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에서 학생운동은 민주주의와 진보의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이러한 대학의 사회적 위치와 성격을 감안할 때, 대학언론은 대학의 눈높이로 사회를 비판하고 그 사회의 모순을 비판하는 ‘대항언론’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의무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대학언론이 갖고 있는 장점은 ‘권력과 자본’에서 독립되어 있다는 점이다. 현재와 같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권력과 자본은 신문의 독립성과 비판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하지만 대학언론은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기성 언론에서 다룰 수 없는 민감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대학언론의 ‘대중성’ 확보를 위해 감각적인 편집, 흥미성 기사 확대 등 ‘상업적 대중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대학언론이 진정한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기성언론에서 할 수 없는 영역을 개척하고, 그 문제를 대학 구성원들의 눈 높이에서 기사화 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대학언론의 위기극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학인의 삶의 현장 속으로 들어가 대학인들의 고민과 미래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자면 대학생들의 가장 큰 관심사가 된 취업문제도 단순하게 보도만 할 것이 아니라 취업과 실업, 노동문제를 함께 짚어줌으로써 대학인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분석과 대안이 필요하다. 또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6.15선언과 통일문제, 남북경협 등 대학언론이 진지하게 고민하고 제기할 수 있는 사회적 의제들도 단순히 전문가들의 견해나 학생운동의 주장만 되풀이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접근과 분석을 통해 대학의 목소리를 사회에 전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학언론이 본연의 진보성과 비판성을 기반으로 대학인들의 삶의 현장 속으로 들어간다면 대학언론의 위기는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이지혜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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