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을 깬 교수들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이 지난 7월 발표한 한 연구 보고서에서 늦어도 내년 2월까지는 교수노조를 설립할 것이라고 밝혀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민교협은 ‘2002년부터 시행될 대학교수 연봉제 및 계약제에 따른 고용불안과 임용비리들에 대한 감시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라고 교수노조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김상곤(한신대) 민교협 교수노조연구팀장은 “교수권 억압 및 통제 사례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 조직적 대응이 절실히 요구되는 만큼 교수노조설립이 중요한 사안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대교수협의회는 지난달 25일 교육부의 ‘국립대학교 발전계획안’에 대해 반대입장을 밝혔고, 그보다 앞서서는 BK21사업과 관련 교수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반대 서명운동을 하는 등 국립대 교수라는 위치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적극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대학이 민주화운동의 중심이 되었던 80년대에도 침묵으로 일관했던 교수사회가 정부가 발표한 대학의 개혁정책에 주체적으로 입장을 밝히고 적극적 행동을 취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모습이다. 이는 대학개혁정책과 연봉제·계약제 등 대학사회구조의 변화를 가져오는 개혁안들이 교수사회질서의 재정립의 결과를 낳게 되어 교수들의 신분까지도 위협하게 된 것에 기인한다.

우선 가시적인 교수사회 신분 위협 요인은 오는 2002년부터 전면적으로 시행되는 교수 연봉제와 계약제이다. 이 제도는 안정적인 교수사회에 경쟁메커니즘을 생성시켰다고 할 수 있다. 경쟁메커니즘의 도입은 교수들이 무사안일 풍조에 빠지지 않고 연구열과 교육열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그러나 교수의 교육 및 연구업적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제도 및 방법의 확립이 선행되지 않은 채 시행된다면 교수의 신분을 교육외적 동기에 굴복시킬 위험이 크고, 교수의 최소한의 안정조차 위협받게 된다는 점에서 반대의 여론도 적지 않다.

또한 실용학문 중심의 대학개혁안 또한 교수사회를 동요시킨다. 학부제는 순수학문과 실용학문 사이의 심각한 양극화 현상을 초래해 순수학문을 하는 교수들의 불안감을 가중시켰으며, BK21사업의 경우 결과적으로 대학원중심의 연구중심 대학은 서울이 되고 지방은 그 다음이 되어 지방대 교수들의 소외감을 증대시켰다. 대학 서열화에 따른 연구비 지원의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이밖에 대학가에 부는 ‘교수임용파괴’ 바람도 동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교수임용파괴는 방송국 PD, 영화배우 등 현장 경험 전문가를 강단에 세우는 것이다. 대학홍보의 측면과 정체된 강단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학문과 현실 사이의 어긋날 수 있는 틈을 메운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학문후속세대의 진출문이 좁아진다는 부정적인 면이 없지 않다.

한편, 교수사회의 세력화와 관련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수단에 불가하다’고 비판하는 소리 또한 높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의 한 관계자는 “우리 나라 대학교수들의 연구 논문 발표는 양과 질의 면에서 다른 나라에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연봉제·계약제는 정체돼있는 교수사회에 탄력성을 부여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수들의 사회참여적인 일련의 활동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집단이기주의가 아닌 진정한 개혁의지’로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꾸준한 학문적 연구와 함께 사회적 도덕성이 밑받침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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