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 미래를 여는 과학상식

유전자란 우리의 유전체 물질인 DNA내에 있는 유전정보의 단위로서 세포내에서 단백질을 생산하는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 세포는 10만여 가지의 다른 단백질을 만드므로, 10만여 개의 다른 유전자가 DNA상에 존재한다. 이들 단백질들은 콜라겐과 같이 우리의 몸체를 형성하거나, 효소와 같이 세포내의 물질대사를 수행하거나, 호르몬과 같이 다른 세포의 활성을 조절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등 정상의 생리활동에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

만약 유전자에 이상이 생기면 단백질이 만들어지지 않거나 비정상적인 단백질이 만들어지게 되며, 그 결과 우리 몸의 생리는 심각하게 뒤틀리게 된다. 이러한 유전자상의 이상은 심할 경우 자식에게도 전해져서 질병이 대물림되는 유전성 질환을 초래한다. 한편, 암은 비록 유전되지는 않지만 세포증식을 조절하는 단백질의 유전자에 이상이 생기면서 발생한다.

유전자 치료법은 이러한 유전성 질환들이나 암에 대하여, 결손된 유전자를 갖고 있는 환자의 세포내에 정상의 유전자를 전달하여 정상 단백질이 생산되도록 하거나, 새로운 유전자를 전달하여 체내에 신기능을 부여하거나 기능을 강화시켜 질병을 치료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유전자 치료법의 주 대상이 되고 있는 병은 유전성 고지혈증, cystic fibrosis, 거우셔 디지즈, 혈우병 등 단일 유전자의 이상으로 야기되는 20여 종의 유전성 질환과, 거의 모든 종류의 암, 그리고 AIDS 등이다.

AIDS의 경우, 문제의 바이러스인 HIV의 기능을 차단하는 유전자를 감염된 세포에 주입시켜 virus의 증식을 억제하여 병을 치유하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이들 질환은 공통적으로 비교적 어린 나이에 발병하며, 치명적이거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치료가 있어야 하나 현재로서는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는 것들이다.

지금까지 유일하게 성공한 유전자치료로 인정되고 있는 ADA-SCID (ADA-중증복합면역결핍증)라는 질환의 예를 들어보자. 이 질병의 환자는 태어날 때부터 ADA라는 효소에 대한 유전자 결손이 있어서 몸의 어느 세포에서도 ADA 효소를 생산하지 못한다. 이 효소는 세포내에 축적되는 독성물질을 분해하는데, 이의 결핍은 독성물질의 축적을 초래하여 특히 면역에 관련된 세포들에 손상을 입히면서 체내 면역기능을 심하게 저하시킨다. 심한 경우, 이른 나이에 사망하며, 경증 환자의 경우에도 저하된 면역기능 때문에 무균bag에서 살아가야 한다. 이 때문에 이 병은 bubble-bag disease라고도 불리운다.

1990년 9월 14일 미국 국립보건원 연구진은 이 질병을 앓고 있는 4세 여아로부터 얼마남지 않은 면역세포들을 채취한 후, 여기에 정상의 ADA 유전자를 삽입하여, ADA효소가 이들 세포로부터 생산되는 것을 확인한 뒤에 다시 여아의 혈관에 되돌려 주었다. 이러한 시도를 8차례 거듭한 결과, 소녀 체내의 면역세포수는 더 이상 bubble bag에 의존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증가하였고, 소녀는 이제 활발하게 학교를 다니고 있다. 최근, 비슷한 방법으로 프랑스에서 2명의 환자가 완치된 보고도 있었다. 세포를 체외에서 배양하면서 정상유전자를 전달하고 이로부터 효소를 생산하도록 하는 과정이 매우 복잡하여 고도의 기술을 요구한다는 어려움 때문에 약국에서 항생제 처방하듯이 광범위한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하기는 힘들겠지만, 유전성 질환자의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일종의 주문제작 방식으로 시술되기 적당하다.

한편, 암에 대한 유전자 치료의 시도는 전체 임상시술의 2/3을 이루고 있는데, 최근에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공략하여 사멸시키는 바이러스가 개발되어 이를 이용한 임상실험에서 매우 기대되는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smart bomb virus’라고 불리우는 이 변형바이러스는 암을 제거하는 효과가 뛰어날 뿐 아니라, 유전성 질환 치료의 경우와 달리, 여러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사용될 수 있어 소위, ready-made treatment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 그 실용화가 크게 기대되고 있다.

다음에는 유전자 치료법 개발의 현황, 문제점이 소개될 것이다.

황은성
(생명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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