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사회에서의 ‘대자보’는 학생들이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하는 가장 큰 수단이다. 우리대학 역시 게시판은 물론이고 학생회관 안과 밖까지 온통 대자보로 꽉 차 있다. 따라서 이 많은 대자보들을 누가 먼저 좋은 자리에 붙이느냐가 중요하다. 작년에 논란을 일으켰던 ‘대자보 허가제’로 인해 대자보 부착이 뜸했던 적도 있었지만 곧바로 규제가 완화되면서 학생들은 다시 대자보 붙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학내의 대자보 문화는 제대로 정착되어 있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대자보를 붙이는 것도 허술하고, 붙이고 떼는 것을 제때 하는 것 역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김정식(행정 99)씨는 “기간이 지난 건데도 안 떼어내면 어떡해요. 우리도 붙여야 하는데”라고 말하며 학생들의 나태함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기간이 지났는데도 떡 하니 붙어 있는 대자보들 때문에 부득이하게 다른 대자보를 떼어내는 일이 종종 발생할 때도 있다.

각 건물의 수위 아저씨가 대자보를 떼어 내는 것도 ‘엉성한 대자보 문화’에 일조하고 있다. 학생들이 아저씨에게 양해를 구하고 대자보를 붙였음에도 불구하고 몇 일 뒤에 그 장소에 가보면 어느새 대자보는 사라지고 하얀 벽만 휑하다. 상업광고를 제외하고는 게첨물 부착이 자유로운 학내에서 ‘학내 미관’만을 고려하여 대자보를 떼어 내는 것은 대자보의 의사소통 기능을 간과한 것은 아닐까.

몇 일 전에 정문 앞에 있는 ‘돌다방’을 지나다가 벽에 붙은 대자보를 마구 뜯어서 술자리 깔개로 사용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매일 밤마다 ‘돌다방’은 술 마시는 사람들로 가득 차는데, 먹다 남은 술병, 안줏거리, 임시로 마련한 깔개 등 각종 쓰레기로 악취까지 더해져 불쾌감의 정도가 심하다. 이곳은 비록 학내공간은 아니지만 우리대학 이미지와 직결될 수 있는 곳이다. 따라서 대자보 부착 상태에 더해서 청결 상태까지 문제로 여겨지는 것이다.

학내, 학외 모두 제대로 된 대자보 관리가 필요하다. 부착 후 관리, 공고된 기한 지키기, 타대자보에 대한 배려 등을 하는 것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와 남을 함께 생각하는 자세로 대자보를 관리하여 대자보의 본래 취지를 살려야겠다.

대학사회에서의 문화는 대학인 스스로가 만들어 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