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모 잡지에서 국회의원에서 택시 기사로 변신한 박계동씨와 인터뷰를 했었다. 인터뷰 내용은 대체로 평범했다. 그런데 유독 눈길을 끄는 내용이 있었다.

인터뷰 내용을 인용하자면 “우리나라 1년 정부 예산이 98조원인데 불법, 음성적으로 내지 않는 세금은 190조에 달한다. 불법 탈세가 세금보다 많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부분이다. 전문가들이 예상하기를 우리나라의 탈세율은 국가 GNP 500조의 30%에 해당하는 150조원 정도의 규모라고 말한다. 박계동씨와 전문가들에 40조원의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분명한 것은 1년동안 정부가 국민으로부터 거두어들인 세금보다 탈세액이 더 크다는 것이다. 분명 우리나라 세금구조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이다.

한편 얼마 전 정부의 기획예산처에서 발표한 내용이 또한 충격을 주고 있다. 기획예산처에서 정부 예산의 2배가 넘는 196조에 달하는 기금의 운영 실적을 평가한 내용이 발표된 것이다. 특히 국회 심의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기타기금’을 80조원이나 사용, 여러 단체로부터 비난을 받은 적 있다. 이 두 가지 사실은 묘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국민들의 세금보다 많은 돈들이 새어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 돈이 얼마나 허술하게 거두어지고, 사용되어지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아들 재용에게 주가 조작 등을 이용하여 44억으로 3조를 벌게 한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체로 탈세를 하는 자들은 소위 ‘힘있는 자’들이며 국가 예산의 2배가 넘는 돈을 마음대로 쓰는 자들도 역시 ‘힘있는 자’들이다.

이 ‘힘있는 자’들을 힘없는 국민들이 양 어깨에 짊어지고 있다. 단순한 셈 계산을 하더라도 국민들은 자신의 몸뚱이의 4배에 달하는 짐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빈민 천만인 현 시대를 생각한다면 분명 무언가 잘못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와중에 국가에서 추가공적자금을 조성했다고 한다. 무려 101조에 달하는 돈이다. 국민 일인당 약 200만원의 세금을 새로이 지우는 셈이다. 국가 경제의 발전을 위해, 금융 개혁을 위해 이 돈을 국가는 국민의 의견을 한마디도 묻지 않고 거두어갔다.
이제 더 이상 정부는 ‘힘없는 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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