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문화체험- 브라질의 ‘꾸리찌바’시를 다녀와서

꾸리찌바(Curitiba) 시는 타임지가 1991년에 ‘지구에서 환경적으로 가장 올바르게 사는 도시’로 선정한 것을 포함하여 90년대에 여러 유명한 단체와 도시가 주는 상을 받았다. 이런 소식은 환경마인드를 갖은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국내에서도 20여 차례의 논의모임이 있었다고 한다. LA에서 기내 정돈을 위해 대기하는 3시간을 포함하여 27시간 이상을 비행해야 하는 브라질 방문 길은 그 비용부터 만만찮은 여정이다. 지방의원의 해외시찰 기회가 없었다면 나로서는 꿈도 못꿀 일이다.

꾸리찌바는 브라질 남부에 위치한 5번째 도시이다. 기후가 살기좋은 온대에 속하며, 메르코술(남미 경제공동체)의 관문이 될 수 있는 지리적 위치에 있다. 우리나라의 대전과 비슷한 규모다. 꾸리찌바는 소문대로 역시 버스교통체계로 대단히 성공한 곳이다. 5박 6일이나 돌아 다니는 동안 길이 막히는 것을 보지 못했다. ‘텔레파’에서 내려다 본 도시 전경은 고밀지역과 저밀지역을 한 눈에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버스길을 따라 정해진 용도지역이 제대로 구현되어 있었다. 60년대 중반부터 시작한 도시계획이 도쿄나 서울에서는 성공하지 못했는데, 정작 일본의 도시개발에 대한 논의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꾸리찌바 시장은 이렇게 훌륭히 도시를 만들었다.

마치 도시계획교과서를 보는 것같은 느낌을 받았다. 건물은 고층이든 저층이든 사무용이던 주거용이든 가릴 것 없이 건축미가 있고 간판이 작아서 거부감이 없다. 겨울에도 한 낮에는 야외수영을 즐길 수 있는 날씨 덕분이겠지만, 우리처럼 남향을 고집하지 않는다. 유리와 철골파이프로 시원시원하게 환경개방대학 건물, 야외음악당, 버스승하차장(Tube Station) 등을 지어 놓았다. 시내에 심어진 나무에서 흔히 이끼를 볼 수 있을 정도로 대기오염이 없는 도시이므로 유리 닦을 걱정도 없을 것이다. 중심가 거리는 도보로 둘러보게끔 차없는 거리를 만들었고, 가로변 건물은 외관을 엄격히 규제하여 옛 모습을 지키게 하고 있다. 탄약창고로 쓰이던 옛 건물도 고풍스러운 외관을 보존한 채 내부를 미니공연장으로 개조하여 사용하고 있다.

행정의 통합성은 놀랄 만하다. 공원만들기는 하천의 홍수조절기능과 연계되고, 도서관은 방범활동과, 재활용품 수집은 빈민들에게 일자리(시가 만들어준 마차로 운치있게 돌아다니며 재활용품을 수집)제공이나 식료품 교환제도와. 방과후 아동지도 프로그램은 환경교육과 연계되어 있다. 꾸리찌바 시의 GNP는 우리나라 못지않다. 해산물만 빼면 육류, 야채, 과일 등 먹거리가 매우 풍부하다. 그래도 20%나 되는 빈민들은 비참하지만. ‘슈라스코’ 요리는 긴 막대기에 고기덩어리를 꽂아 캠프파이어 불 주위에서 통채로 바베큐하던 것에서 유래된 것으로, 식당에서는 요리사들이 닭, 쇠고기, 돼지고기, 쏘세지, 양고기 등에서 한 가지를 들고와서 달라는 대로 썰어놓고 간다. 어떻게 권하는 지 거절을 할 수 없는 분위기 속에서 ‘보꼬보꼬’(조금,쬐금)만 연발했었다.
아마 일행 모두 엄청 체중이 불었을 것이다. 디스코텍으로 문화체험을 간 날, 입장료가 여성은 더 쌌다. 주로 플로어 안쪽에는 젊은 여성들이 춤을 추고 남성들은 플로어를 에워싸고 여성들의 춤을 감상하는 식이다. 이 광경을 보면서 여성이 공직에 진출하는 경우가 매우 드믈어, 여성의원이 단장이고 다수인 우리 팀을 어떻게 대해야할 지를 몰라하던 주 의원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한인회 분들 말씀이 이곳 사람들은 아무하고나 금방 친해지고, 자동차 접촉사고가 나도 삿대질하며 핏대를 올리는 경우를 한번도 못 보았단다. 백인 흑인 인디오 등 인종을 주민증에 분명히 밝히게 되어있지만, 인종차별을 하지 않는다. 인종차별을 하면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한다. 백인우월주의를 느낄 수 없고 물가가 우리나라보다 반정도로 현저히 싸며 음식이 풍부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이 유지되는 곳, 스스럼없이 대하고 늘 미소지으며 명랑한 브라질 사람들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풍부한 자연자원(세계 보석시장을 석권한 다국적 보석회사 H. Stern은 원석의 40%정도를 브라질에서 얻고있다)을 바탕으로 민주적 정치를 확립하여 세계에 우뚝서는 국가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는 마음에, 도둑맞은 내 디지털카메라를 가지고 누군가 관광사진찍어주는 일자리라도 갖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 금 라 (서울시의회 의원, 도시관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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