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IMF 등 국제기구의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우리 경제의 위기설이 감돌고 있다. 그러나, 대학의 구성원들은 적어도 대학의 운영과 대학 내의 생활에 있어서는 경제변동에 대하여 그리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거나 사회의 다른 부문보다 항상 몇 발 늦게 체감하고 그 대응도 다분히 수동적이기 마련이다.

우리 학교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어서 ‘바깥 세상’의 경제기류의 변동에 대응한 별다른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의 대표적 이유를 들자면 주어진 ‘예산’이라는 보호막이 경기변동의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충격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공립대학의 예산은 교육 산출물의 가격인 동시에 요소가격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타율에 의해서가 아니라면 이 요소가격을 스스로 줄일 이유가 없게된다. 더구나 예산제도가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역회전방지효과(ratchet effect)를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가격구조 하에서는 최근의 공공기금과 공기업 자금운용의 예에서 보듯이 구성원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가 태생적으로 불가피하며 그 정도가 사기업의 경우보다 크기 마련이다. 문제는 이로 인한 비효율의 정도이다. 비록 도덕적 해이의 정도가 윤리/비윤리의 경계선을 넘지 않더라도 비효율에 대한 자율적인 제어장치 없이는 결국 타율을 끌어들이기 마련이다.

특히 국가 경제의 어려움이 서울시의 재원에까지 미친다면 일차적인 표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하기 이전에 우리 대학은 스스로 예산구조를 재정비하고 각부문에 산재하고 있는 지나친 여유분(budgetary slack)을 찾아내어 이를 교육산출물의 질적 양적 확대를 위한 재원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우리 학교의 2000년도 일반회계 예산가운데 에너지 관련 소비액(상하수도, 전기, 연료비)은 9억 원에 육박하고 있으며 실제의 집행액은 과거의 예로 보아 예산액의 150%에 가까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에너지 가격이 치솟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캠퍼스 내에서의 낭비는 도처에서 끊임없이 목격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적극적 방안이나 지침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어디 에너지뿐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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