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대문화상 - 시부문 심사평

다른 해에 볼 수 없었던 엄청난 수의 작품들이 몰려 들었다. 시부문 공모에 참여했던 이들의 숫자가 400명쯤. 한 사람이 5편을 투고한 것으로 셈하면 2,000편쯤의 작품들이 몰려든 것이다. 실로 방대한 양이다. 이 같은 호황의 원인이 학생들의 소질, 적성 계발을 중시한 대입 제도의 개선과 관련을 가진 것이라면, 대입 제도의 개선은 고교의 교육현장 변화의 추동력으로 작용했다고도 볼 수 있다. 반가운 변화다.

응모 작품 수의 증가와 함께 한 가지 눈에 띄는 현상은 시 형태의 안정감이다. 이제 고교생의 작품들에서도 같은 행수들로 짜인 분연시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시대의 변화가 시 형태에 끼친 영향을 실감할 수 있는 변모이다.

작품 편수들은 많았어도 눈에 번쩍 띄는 좋은 작품들은 흔하지 않았다. 아니, 거의 없었던 편이다. 시의 포우즈를 취하면서 넋두리를 늘어놓고 상투적인 선에 머무르는 것은 안타깝다. 그런 의미에서 가작으로 뽑힌 시조 「폐교 1」은 빛을 발한다. 대상 인식이 깊고도 신선하다. 이런 걸음으로, 이런 마음 다짐으로 나아가면 지은이는 좋은 시조시인이 될 것이다. 그런 날들을 위해서도 착실히 공부하기를 당부한다.

당선작으로 내세우는 「유년의 땅2」는 손볼 데가 많은 작품이다. 깎고 여미는 작업이 그만큼 모자랐다. 그러나 자신의 눈과 목소리를 내세운 점, 시 공부의 정도가 상당하다는 점을 미덥게 여겨 당선작으로 내세운다. 이제부터 진짜 시 공부에 맛들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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