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인의 명소 둘러보기

느긋하게 맞는 아침은 대학생활의 최대 낙인 것 같다. 하지만 오늘은 평소보다 한시간이나 일찍 일어났다. 오늘은 ‘다음 까페’ 정모가 대학로 근처에서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자유를 갈망하며 대학에 입학한지 한달이 지나고 나니 나의 생활이 술로 점철된 인생이 되어버렸다. 한달내내 술을 마시고 나니 뭔가 다른 것에 흥미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에 들어간 곳이 ‘다음 까페’였다. 정모가 끝나고 향한 마로니에 공원은 대학로의 명소답게 여러 가지 공연이 끊이지 않는다. 마로니에 공원은 단지 휴식의 공간만은 아닌 대학생들이 그들만의 언어로 그들만의 공간을 만들어 가고 있는 곳이다. 인사동에서 약속이 있는 나는 그들의 열정을 다 느끼지 못하고 일어났다.

인사동에 있는 전통 찻집들은 둘만의 대화를 나누기에 최적의 장소이다. 대학로나 신촌, 명동 등지에 있는 카페에서는 다른 사람의 대화나 음악 소리 때문에 대화를 나누기 힘들다.

인사동에 명소로 자리잡은 ‘귀천’은 10명 남짓 들어설 수 있는 작은 공간이지만 한 번 찾으면 향수가 젖어들어 다시 찾을 수밖에 없는 곳이다. 천상병 시인의 부인이 운영하는 이곳은 고즈넉한 분위기가 마치 집에 온 것처럼 평화롭게 해준다. 또한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천상병 시인의 시집들은 가을의 흥취를 더해준다. 고궁보다도 더 옛 모습 찾기가 쉬운 인사동에는 전통공예품이 많다. 다양한 공예품들 중에서도 외국인들에게 인기를 끄는 것은 생활용품보다는 조상들이 귀신을 물리치기 위해 만들던 무섭고 재미난 형상의 인형들인 듯 하다. 인사동에서 찻집과 전통공예품과 함께, 유명한 것은 전시장이 아닐까 싶다. 대부분 입장료를 안 받기 때문에 잠시 들려 문화생활을 접해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어 한 전시관에 들어가 보았다. 나의 관심을 끈 것은 들어서자마자 반기는 난을 그린 수묵화였다.

전시장을 나와 서둘러 간 곳은 국회도서관이었다. 중간고사 대용으로 내준 리포트 작성을 하려고 학교 도서관에 들렀더니 자료가 없어 이렇게 국회도서관까지 오게 된 것이다. 대학생이 되고 난 뒤에 리포트를 자주 작성하게 되는데 스스로 자료를 찾아야 하니 학교 도서관은 물론이고 국회도서관이나 서초도서관 뿐만 아니라 시청이나 구청 등지에도 자주 가게 되었다. 처음에는 어디가서 물어야 하나 막막할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익숙해져서 하나하나 자료를 찾아 리포트를 완성하고 나면 왠지 A를 받을 것 같은 환상에 젖어 뿌듯하다.

오늘은 군대에서 휴가를 나온 친구를 만나기 위해 신촌에 갔다. 신촌의 밤거리는 대학생들로 북적거린다. 애석한 것은 고딩들이 짧은 머리에 젤을 발라 한껏 힘을 주고 거리로 나와 어른 행세를 한다는 것이다. 신촌의 명소인 감옥 까페는 말 그대로 감옥을 옮겨 놓은 듯하다. 좀더 이색적인 것을 찾아다니는 요즘 대학생들의 정세에 발빠르게 대응해 이러한 이색 까페들이 생겼다. 다른 까페와의 차별성이 이들 까페의 성공 요인이다. 어느새 나는 오늘의 바쁜 일정을 뒤로 한 채로 청량리행 지하철에 몸을 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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