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학번 이명원씨를 만나

문학비평계의 태두(泰斗) 김윤식 교수에 대한 비판을 가하여 최근 언론에 심심찮게 회자된 사람은 다름 아닌 우리대학 출신의 이명원(31)씨다. 기자보다 먼저 약속장소에 도착하여 기다리는 동안 뭔가를 열심히 쓰고 있는 그의 모습은 요즘 그의 근황을 여실히 보여주는 듯했다.

“조교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지내고 있어요. 자유로운 게 너무 좋아요. 제가 원래 구속받는 걸 싫어하거든요” 무엇을 하며 지내느냐는 말에 그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현재「비평과 전망」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일간지에 칼럼도 싣고, 각종 심포지엄에도 참여하는 등 비평가로서의 활동이 한창이다. 그가 이렇게 인정을 받기까지는 대학입학 후 지금까지의 10년이란 세월이 그리 짧지 않았던 것 같다.

그는 자신의 대학시절을 ‘책과의 대화가 많았던 시기’라고 회상한다. “수업은 거의 빼먹었어요. 그래도 내 뒤에 두 명이나 있었어요, 권투특기생들이었나봐요. 허허허. 맨날 도서관에 틀어박혀서 닥치는 대로 책을 읽기만 했었던 것 같아요” 이것은 물론 무조건 학점을 포기하라는 말이 아니다. “삶에서 얻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게 있으면 학점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소시민의식을 버리고 자신의 삶을 능동적으로 개척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대학시절에 책만 보았냐는 질문을 했을 때 “제가 잘 한 건 연애랑 책읽기밖에 없었어요. 연애의 아픔은 사람을 자라게 해줬죠”라고 씁쓸히 웃는 그의 얼굴을 통해 대학시절의 낭만, 열정, 성숙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는 우리대학 후배들, 그리고 앞으로 우리대학에 진학하게 될 고등학생들에게 권장하고픈 책에 대하여는, “장그르니에의 「섬」을 보면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을 배울 수 있어요. 롤랑마르트의 「카메라루시다」도 기억,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돼요”라고 소개했다.

그는 현재 프리랜서로서의 삶에 대해 “자아실현을 위해서는 경제적 희생을 해야 해요”라고 말하고, 신예비평가로서 문단의 대가를 비판하기까지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소시민 의식을 버리고, 현실적 불이익을 감수하여, 주류사회에서의 소외를 겁내지 않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해요”라고 했다. 그가 말하는 용기는 아마도 ‘주체적으로 자유롭게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의 또 다른 표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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