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여론

‘인터미디어 시티 서울 2000’은 “미디어의 중심에 있는(inter-media)도시”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한 전시회였다. 서울은 이번 전시회를 개최하기에 이상적인 도시다. 한국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열정적으로 디지털 신기술을 흡수해왔고 명백히 미디어의 홍수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는 각국에서 출품된 미디어 예술품들을 전시함과 동시에 일상생활에서 디지털 기술이 차지하는 의미와 그것의 예술적 의미를 탐구한다. 나는 관객친화적 전시방식이 매우 흥미로웠는데 특히 ‘디지털 앨리스관’과 ‘미디어 엔터테인먼트관’은 수동작동방식의 기기들이 많아 예술박물관이라기보다 게임룸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미디어아트2000-탈출’이란 방에서 특히 흥미롭게 봤던 것은 ‘Catch(스티브 맥퀸)’ 라는 단순하면서도 매우 재미있는 비디오 작품이다. 화면이 공원 마당에 서 있는 한 여인을 비추다 갑자기 지면과 하늘, 나무들을 빠르게 훑으며 혼란스런 색채를 보인다. 그러다 결국 한 남자가 같은 곳에 서 있는 장면으로 전환되는데 그도 여인과 같이 카메라 정면을 응시하고 있고 카메라는 다시 혼란스런 움직임을 반복하다 여인을 비춘다. 이와 같은 장면전환이 같은 패턴으로 반복된다. 나는 결국 두 인물이 서로를 카메라에 담으면서 상대에게 카메라의 시선을 던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은 카메라 잡기(catch)놀이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비디오와 음향기술을 이용해 관람객을 속이고 혼동시키는 여러 설치물들은 우리에게 기술을 초월해 존재하는 다른 요소들에 대해 생각해볼 것을 독려한다. 어떤 의미에서 그들은 현실을 ‘왜곡’시키기 위해 비디오의 이미지를 사용한다. 하지만 그것은 보다 새롭게 현실을 이해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탈출’이 암시되는 바는 현실과 가상현실의 구분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며, 더 나아가 가상현실 또한 현실의 일면이라는 점일 것이다.

‘디지털 엘리스’관은 주로 어린이들을 위한 흥미로운 전시물들이 가득하다. 마술봉으로 벽 위에 그림을 그릴 수도 있고 소리의 지도 위를 걸으며 서울시내의 소음들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이 모든 것들은 말 그대로 재미로 가득하다.

이에 반해 ‘미디어 엔터테인먼트관’은 최근 유행하는 기술들의 전시였을 뿐 다른 전시장에 비해 독창성도 덜하고 내겐 별 흥미를 끌지 못했다.

전반적으로 나는 이번 행사를 관람하며 매우 큰 감동을 받았다. 단순히 봤다기보다 듣고, 느끼고, 향기도 맡았다고 해야 더 적절할 것이다. 광범위하고 많은 작품들을 포괄하는 뛰어난 전시회였으며 나에게는 사고를 진작시키는 동시에 재미있는 경험의 기회였다.

‘미디어 시티 서울2000’은 몇 주간 더 연장 실시되고 있다. 혹 아직 가보지 못했다면 즐거움과 이미지와 아이디어들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아직 남아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매튜 워터슨
(Matthew Watterson, 어학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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