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일컫는다. 유권자가 자신이 원하는 후보에게 직접 표를 던지고, 출마자는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공약을 알리기 위해 갖가지 이벤트를 마련한다. 최근 벌어진 미국대선의 전당대회를 보면 선거가 하나의 축제임을 새삼 실감할 수 있다.

하지만 올 해 총학생회 선거를 보면 ‘축제’라는 말이 무색해진다. 한 명 뿐인 총학생회 후보, 강의실 선전활동으로 일관된 정책유세 등 총학생회의 선거운동모습은 초라하게 보이기까지 한다. 유권자인 학생들 또한 별다른 변화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학생들은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한 채 별다른 의사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침묵하는 다수의 희망을 찾습니다’, ‘침묵을 넘어 시대를 바꾸는 즐거운 역동’은 98년, 99년 총학생회가 내세운 모토이다. 90년대 후반부터 총학생회는 침묵하는 학생들의 지지와 관심을 얻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어떤 총학생회도 학생들의 많은 지지를 받았다고 단언할 수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학생들이 학생회에 관심이 없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학생회에서 일할 사람’조차 없다. 총학생회장이나 부총학생회장이 직접 대자보를 쓰고, 플래잉카드를 붙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렇게 학생회의 위상이 점차 축소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적으로는 90년대들어 급격하게 진행된 학생들의 탈정치화, 탈이념화 현상을 이유로 들 수 있겠다. 학생들의 관심대상은 정치적인 것에서 문화, 인터넷,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로 바뀌었고, 결국 운동을 토대로 삼고 있는 학생회의 힘은 약해졌다. 하지만 더욱 큰 원인은 학생회가 이런 시대적 변화를 제대로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앙대표자회 중심의 여론형성, 3월 학원자주화투쟁, 5월 대동제, 8월 여름농활 등 매년 되풀이 되는 달력식행사들. 학생회들은 변화를 주장하면서도 기존의 틀속에 갖혀 있었다.

또한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의견을 모으고 조직화하는 일보다는 ‘등록금 투쟁’, ‘통일운동’ 등 총학이 내걸은 핵심사업에 치중해왔다. 올해 총학생회는 이런 틀을 깨기 바란다. 총학생회가 올해 모든 문제들을 해결할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학생이 없는 학생회’에서 ‘학생들의 신뢰를 받는 학생회’로 거듭나길 바란다. 그래야만 총학은 학내외 모든 사안에 대해 강한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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