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이후 다시금 한국경제가 위기에 봉착했다. 주식의 폭락, 대우자동차의 부도, 금융기관의 부실운영, 현대건설의 1차 등의 사건들은 한국경제가 IMF시대로 회귀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와 더불어 동방금고사건은 건전한 기업윤리와 사회 정의를 구현해야 할 기업인과 공직자들이 아직도 부패한 정경유착의 고리로 단단히 엮어져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이는 한국경제가 총제적인 어려움에 빠졌다는 말보다는 한국경제의 구조적인 병폐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는 말로 설명돼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경제 위기가 닥칠 때마다 정부 및 여론은 서민들에게 ‘뼈를 깍는 고통’을 요구했다는 점이다. 물론 국시(國是)적인 차원에서 경제위기의 극복에 동참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부패한 공직자 및 불건전한 기업인의 노력이 없는 차원에서 서민이나 노동자들의 무조건적인 고통을 강요하는 것은 부당한 일이다. 예를 들어 대우자동차 부도 후 노동자들이 막일로 생계를 꾸리는 반면, 기업 경영에 책임을 져야 할 김우중 회장은 해외에서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

경제위기 극복방안으로 정부는 계속해서 강력한 구조조정을 피력하고 있지만, 그것이 대량 인원감축의 방안이라든지 노동자들을 볼모로 하는 것이라면 신중한 검토를 해야 할 것이다. 강력한 구조조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대량해고 및 인원감축이 필수적인 사안임에 틀림없다면 이후 정부는 강력한 제도적 경제개혁과 함께 실직자들이 빠른 시일 내로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기업경영인 또한 신축적인 계획성과 함께 과감한 구조조정을 실시치 않고 해결방안이 인원감축에만 있는 것인양 몰고 가서는 안될 것이다. IMF 시절 대량해고 및 실직의 사태를 겪고서도 다시금 경제위기에 처했다는 점은 구조조정의 방편으로 인원감축만이 경제위기 극복의 혜안(慧眼)이 될 순 없다는 증거이다.

지금의 경제위기는 IMF를 맞이했을 때 제대로 된 경제정책을 실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며, 이번 경제위기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IMF를 가장 먼저 회복한 나라이자 가장 빨리 IMF를 재차 겪는 국가가 될 것이다. 한 때는 산업역군 임을 강조하고, 한 때는 어려우니 무조건 고통을 감내하라는 논리는 이제 통하지 않는다. 이러한 고통의 대가는 한국경제의 부패한 구조적 모순을 송두리째 타파했을 때 얻어지는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