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새로운 시작의 출발점에서는 도전과 희망으로 시작한다. 그동안 우리는 시대인으로서 우리에게 던져진 많은 도전 앞에서 늘 당당하고 멋진 모습으로 대처해왔다.

작년 8월에 개관한 생활관도 어쩌면 우리 시대인에게 던져진 하나의 도전이었고, 초대 생활관장으로 지낸 지난 8개월은 나에게는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으로 기억된다.

새로운 도전의 준비과정에서 학생들을 위해 세심한 부분까지도 관심이었던 총장님과 어디에도 뒤지지 않을 정도의 훌륭한 시설을 위한 준비에 열심을 보여주셨던 교직원 여러분들의 노고가 생활관 개관에 맞춰 함께했다.

그러나 생활관 개관과 관련한 모든 것이 완벽하지는 못했다. 학기 시작과 더불어 생활관 입주가 시작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구업체의 납품지연에 의해 일부 여학생들이 정상적으로 입주를 하지 못하게 된 상황이 발생했다. 관장인 나로서는 지방에서 올라오는 여학생들을 우선적으로 입주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고민 끝에 통학이 가능한 서울과 수도권에 거주하는 학생들에게 입주지연에 대한 양해를 구하기로 했다. 그렇게 급박한 상황에서 저녁 늦게까지 해당 학생과 학부형님들께 전화연락을 통해 입주지연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양해를 구하는 과정에서 학부형님들과 우리학생들이 보여주었던 따뜻한 배려에 지금도 눈물나도록 감사하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입주 직후에는 식수대의 설치 때문에 고민이 생긴 것이다. 그 때 총동창회장님께서 생활관에 무엇인가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고 거침없이 나왔던 나의 대답은 바로 “냉온수기입니다.” 이렇게 두 번째 고민은 해결됐다. 우리의 도전은 처음부터 사랑으로 시작된 것이다.

입주 초기의 어수선했던 분위기가 가라앉으면서 우리의 우려는 행복으로 바뀌어 갔다. 생활관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보여주었던 제1기 생활관생들의 노력과 생활관 직원들의 헌신 속에 미흡했던 부분들이 하나 둘씩 채워져 가며 하루하루 변해가는 생활관의 모습에서 우리는 창조의 행복을 맛볼 수 있었다.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했던 많은 국내외분들의 만족스런 미소, 외국교류학생들을 포함한 생활관 식구들의 행복한 아우성, 생활관을 방문했던 많은 학생들의 부러운 시선들. 이 모든 것들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우리대학의 생활관은 단순히 통학이 어려운 지방학생을 우선적으로 선발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바이다. 학과나 학부 단위로 학점과 공인영어 성적에 의한 공정한 선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올해에도 586명이라는 한정된 인원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4:1이 넘는 경쟁을 통해 제2기 생활관생이 선발되었다. 선발되지 못한 많은 재학생들과 07학번 새내기들의 아쉬움에는 제2생활관 건립에 대한 우리들의 바람이 묻어나 있음을 나는 부정하지 않는다. 그들도 언젠가는 이 행복한 도전에 동참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제 우리들 앞에는 희망의 도전이 남아있다. 이른 아침 눈을 비비며 도서관으로 향하던 그들의 모습, 열심히 공부해서 내년에도 꼭 생활관에 입주하겠다는 당찬 대답. 지금 이 순간 그곳에서 희망을 키워가고 있을 그들을 생각할 때마다 왠지 모르게 가슴이 뛰고 입가에 미소가 머물게 되는 나는 행복한 시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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