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사회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된 용어가 무엇일까. 아마 ‘밀레니엄’일 것이다. 2000년은 새로운 천년이라는 말과 함께 사람들의 기대와 흥분 속에 시작됐다.

우울했던 지난 천년과의 이별이라는 모토로 치루어졌던 수많은 밀레니엄 행사들. 일부에서는 2000이라는 숫자적 의미에 현혹되어 너무 들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지만, 1999년 연말은 ‘새천년’에 대한 긍정적인 견해들과 2000년대에는 지난 1세기와는 무언가 다른 세계가 펼쳐질 것이라는 희망적 목소리들로 가득차 있었다. 1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그 당시와 무엇이 다른가. 제 2의 IMF가 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팽배해있으며, 동방금고 불법대출 사건을 통해 나타난 정경유착, 경관들의 알몸 수색 등 우리는 과거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고 있다. 우리에게 1999년 연말은 다른 시기보다 좀 더 성대한 ‘망년회’에 지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다시 연말을 맞이하며 우리는 흐트러진 모습을 추스르고, 99년 말과는 다른 모습으로 새로운 태양을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

몇 해전 한 언론은 “당신은 행복한가”라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이 조사에서 “행복하다”라고 가장 많은 국민이 답한 국가는 인도였다. 또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선진 국가들보다는 개발도상국과 후진국들에서 “행복하다”라는 답변율이 높았다. 우리들이 쉴새없이 일상을 살아가다 문득 자신에게 하는 질문도 “나는 행복한가”이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행복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자신이 규정한 행복의 범주에 자신이 놓여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때, 우리는 괴로워한다.

오징어는 날카로운 미끼를 물었을 때 미끼에서 전해져오는 아픔 때문에 미끼를 더 놓지 못한다. 사람들 역시 괴로운 상황에 처하면 그 아픔을 놓기보다는 오히려 아파서 더 그 아픔을 놓지 못한다.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행동에 대해 인간이 아픔을 즐긴다고까지 표현한다. 우선 버리자. 우리가 저마다 살아온 세월만큼 지고 있는 무언가를 버리자는 것이 아니라(그것은 때론 삶의 동기가 된다), 올 한해 우리가 우리의 내부에서 키워온 아픔들을 버리자. 그 아픔들을 버리고서야 우리는 황금빛 치장으로 시작된 일년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있는 2001년은 금년의 수많던 화려한 수식어들을 떨구어낼 것이다. 그만큼 담담하고 진지하게 시작될 것이다. 다가올 2001년에 대한 사람들의 전망은 올 해 이상으로 혹독하다. 우리도 내부의 문제들을 떨구어 버리고 담담하고 진지한 자세로 새로운 나날들을 맞이할 채비를 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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