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의 젊은이들이 중심이 되어 다시 한 번 민주화를 위해 힘껏 싸웠던 6월 민주화 항쟁. 그로부터 정확히 20년이 지난 지금, ‘6월 항쟁 20돐’을 맞이해 그날의 정신을 되새기기 위한 ‘민주화 의식 설문조사’, ‘그날의 사람들 찾기’ 등의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당시 6월 항쟁의 시발점이었고 시위 기간 내내 서울시민들의 선두에 섰던 대학생들의 모습은 더 이상 이러한 6월 항쟁 관련 행사들의 중심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1987년 민주화를 외치며 학생들이 구름같이 모였던 우리대학 배봉관(당시 중앙도서관) 앞 민주광장을 지나는 학생들의 모습도 20년 전과는 많이 다르다.

4.19가 있었던 4월에는 중간고사에 바빴고, 5.18의 5월에는 학교 축제, 6월에는 다시 기말고사 준비를 하느라 학생들은 정신이 없다. 우리 사회의 모순을 냉철히 인식하기 보다는 도서관에서 토익과 학과 공부를 하고, 친구들이 모이면 시사토론 보다는 취업고민을 이야기한다. 개인주의적·현실적이라는 현재의 대학생 문화를 대변하는 말들은 무한경쟁으로 치닫는 시대 상황을 고려할 때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중요한 것 하나가 빠진 절름발이 대학생 문화가 되는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역사가 카(E.H.Carr)는 “역사는 현재를 거울삼아 과거를 통찰하고, 과거를 거울삼아 현재를 바라보며,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를 통해 더 나은 미래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대학생들은 과거 선배들이 힘든 투쟁을 통해 이룩한 민주화를 너무나 당연시 여기고, 아무런 관심 없이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선배들이 거리로 나가 싸워야만 했던 암울했던 역사를 완전히 잊은 채 말이다.

우리 젊은 시절은 나의 미래에 대한 고민과 함께 사회의 미래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해야할 시기이다. 민주의식이 결여된 시민들로 구성된 사회에서는 언제라도 새로운 독재자가 나타나 민주주의를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과거 수많은 독재 경험을 통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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