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대동제를 치렀다. 우리사회의 새로운 소외계층인 푸른 젊음이 모처럼 밝은 표정을 보이는 즈음이다. 입학 때부터 취업을 고민해야 하고, 강의는 강의대로, 취업시험 준비는 따로 해야 한다고 믿는 대학의 현장을 비추어볼 때, 3일간의 축제는 때 아닌 5월말 더위에 시원한 물줄기 같은 휴식의 시간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진행되고 있는 대동제는 시대인의 젊음을 표출하는 기회이기보다는 소요의 시간이며, 공동체를 다지기 보다는 몇몇 마니아들의 장기자랑대회이며, 참여를 통한 소속감 형성보다는 연예인을 보기 위해 방송국에 가는 수고를 덜어주는데서 학생회의 존재이유를 찾는 행사처럼 보인다.

휴강이나 휴업도 아닌데 하루 종일 시끄러운 음악을 트는 관행은 이제는 묻어둬도 될 성싶다. 노래자랑과 가수 초청이 현재 대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아침부터 온종일 대강당 앞에서 녹음기를 틀어대면서 노래연습을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사흘 동안 이어지는 대동제의 핵심행사가 대중유원지의 오락판과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은 우리 대학인들의 현주소를 말해 주는 것 같다.

주점행사는 같은 학과 학생들이나 학교조직 구성원의 소속감을 다지고, 원자화되는 대학생활에서 함께함과 나눔의 정신을 고양시키기 위한 것일 것이다. 하지만 애교로 보기에는 지나친 호객행위가 심해지는 현장에서 소외된 자는 나 뿐만은 아닌 것 같다. 주점행사 후에 남아있는 그 많은 쓰레기들은 다음날 새벽에 누가 치우는가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주점행사의 이익금도 함께 일한 사람들의 또 다른 주점행사로 쓰이는 경우가 있다하니, 술만을 위한 행사가 아닌가 걱정스럽다.

요즈음 대동제의 새로운 모습은 생경한 차림의 도우미들이 건물입구에 진을 치고 상품을 소개하는 판촉행사이다. 대학 교정이 명동이나 강남역 앞처럼 치열한 삶의 현장이 되어버린 모습이다. 공짜이면서도 공짜가 아니고, 대학이면서도 대학이 아닌, ‘같기도’의 현장이며, 녹차음료 한 병, 핸드폰 고리 한 개에 대학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마저도 팔아버리는 시장판 같다. 강의시간에 카드판촉행사를 할 날이 머지않은 것처럼 보인다.

긍정적인 행사도 많다. 외국 유학생들이 점증하는 요즈음 세계 각국과 지역의 음식을 시연하고 함께 나누는 요리대회, 대학구성원들의 결속을 다지는 달리기대회, 동아리행사 등이 그것이다.

젊은 영혼과 육체를 발산하면서도 미래사회를 책임질 주체로서의 자부심을 심어줄 행사는 없을까? 주최측의 고민도 있을 것이다. 학생들의 호응과 동참을 유지하면서도 의미있는 행사를 치르기가 파편화되어가는 오늘의 대학현실에서 어디 쉬운 일인가? 하지만 그럴수록 관행에만 따르지 말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해야 한다. 대학축제를 지역사회 주민들과의 소통의 기회로 삼는 기획을 하면 학교홍보와 함께 지역사회와 일체감을 이루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갈수록 많아지는 외국인 학생들과의 문화적 소통행사, 이익금을 사회적 의미가 있는 곳에 사용하는 행사, 물량의 투입보다는 젊은 아이디어와 성숙한 지성의 투입으로 자부심과 소속감이 강화되는 그런 행사로 가득한 대동제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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