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는 ‘지혜 또는 진리’라는 뜻입니다

‘한국이 단일민족을 강조하는 것은 국제적인 기준으로 볼 때 인종차별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 한국 정부는 다른 국가 출신, 다른 인종에 대한 차별을 없애기 위해 앞장서야 한다.’

지난 8월 우리나라는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로부터 ‘단일 민족 국가’라는 이미지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받았다. 위원회는 ‘순수혈통’과 ‘혼혈’이라는 용어에 인종우월의 관념이 존재한다며, 뿌리 깊은 단일민족의식과 그에 따른 인종차별적 상황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민족주의는 크게 볼 때 두 가지 상반된 성격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한인 풋볼 선수 하인즈 워드를 향한 찬사와 월드컵 당시 시청 앞을 붉게 물들인 열광적인 응원의 배경에 자리 잡고 있는 민족주의.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 민족주의는 화교 및 기타 소수 인종에 대한 무시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일으키는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 하지만 국내 체류 외국인이 100만 명을 넘은 지금 우리는 여전히 단일 민족을 내세우고 있다.

왜 유독 우리나라는 단일민족의식이 이토록 강한 것일까. 우리는 그동안 단군의 자손이라 하여 단일민족, 배달민족임을 주장해왔다. 또 19세기 말에는 제국주의의 침략에, 역사적으로는 잦은 외세의 침략에 대항하는 논리로 민족주의가 형성되면서 타민족에 대한 적대감이 형성됐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단일민족의 순수한 혈통이 좋은 것이라는 의식이 굳어졌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이미 단일민족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최근 한국인은 북방민족과 남방계가 혼합된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또 신라 김수로왕이 인도에서 온 허 황후와 혼인했다는 역사적 사실이 북방계와 남방계의 결합을 설명하는 것이라는 분석은 매우 설득력이 높은 주장이다.

최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국제결혼이민자에 관한 국민의식 조사결과’는 ‘단일민족’을 극복 할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 전체 응답자의 72.6%가 ‘우리가 단일 민족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다른 나라에 열린 마음을 갖고 의식의 전환을 일으켜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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