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정아씨 사건과 관련하여 다양한 기사들이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그녀가 이른바 ‘심리적 모라토리엄 상태’였기 때문에 그러한 행동들이 나왔다는 분석이 있다. 그녀가 보인 행동들은 성장 과정에서 형성된 성격불안 장애 때문이며 이러한 상태에서 그녀는 거짓말은 물론 주변 사람들을 성공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다는 분석이다. 이 기사를 보면서 문득 그녀가 ‘인맥 열풍의 첫 공식적인 희생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들이 분석한 성격 장애는 이것과 많이 다른 개념이겠지만 말이다.

인맥 관리라는 말에 담겨 있는 숨은 뜻, 즉 ‘사회적 성공을 위해 인간 관계를 넓히고 조정해 나가는 행위’가 만약 극한으로 치닫는다면 바로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요즘 시대를 ‘인맥 열풍’ 시대라 해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수많은 언론과 TV 프로그램에서는 한 목소리로 “최고의 인맥을 만드는 방법” 또는 “사귀어야 할 사람과 피해야 할 사람들”에 대해 떠들며 인맥 관리를 위해 필요한 행동과 언행을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경향은 인맥 관리를 오직 수단으로서만 바라보도록 부추기는 것 같아 씁쓸하다. 사람 관계를 가지는데 있어서 자신의 성공에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만을 생각하고 재단하는 방법에만 귀를 기울일 뿐, 이에 대한 비판이나 성찰은 찾아보기 힘들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중 20%가 취업과 관련해 주변인물에게 직접 청탁을 해 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같은 조사에서 직장인들은 승진에 실패할 경우 가장 큰 이유(30%)로 인맥부족을 꼽는다고 한다. 인맥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의미로 인식되고 활용되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조사 결과이다.

인맥이 인간적 성품, 됨됨이의 결과가 아닌 단지 성공을 위한 꾸밈과 수단으로만 인식될 때, 그 진정한 의미는 퇴색된다고 본다. 나무의 줄기(맥;脈)가 인내심 없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만을 좇아 끊기고 이어짐을 반복한다면 결코 그 나무가 곧고 튼튼하게 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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