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꽃·양’을 기억하는가.

1997년 IMF 체제가 시작되면서 대규모 구조조정이 감행됐다. 당시 현대자동차는 1538명의 직원을 정리해고 하려했고, 이에 노조 지도부는 “단 한 명의 정리해고도 없을 것”이라며 파업을 시도했으나 결국 사측과 277명을 해고하는 선에서 합의를 보았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노조는 회사로부터 식당을 인수받아 경영한다는 편법으로 식당 여성노동자들을 정리해고 대상에 포함한다. ‘밥·꽃·양’은 이 때 회사(식당)에서 해고된 후 노조의 것이 된 식당에서 그대로 일하게 된 144명의 식당 여성노동자의 영상보고서이다. 이들은 복직시켜준다는 노조의 설득에 열악한 조건 하에서 다시 일하게 되지만 줄어든 인원 속에서 임금은 더 삭감되고, 이러한 상황에서 함께 해고된 133명의 남성 해고자들만이 복직하게 된다. 결국 이들은 1999년 8월, 파업을 시작한다. 이 영상보고서는 그들이 파업을 하기까지의 기록으로,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차별과 가사노동에 대한 무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07년. 이 영상보고서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고, 노동자들에 대한 대우는 10년 전과 비교해서 별로 나아진 것이 없다. 오히려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 수는 급증했으며, 2007년 7월 비정규직법 시행을 전후로 비정규직 ‘해고대란’까지 벌어졌다. 여기에 한미 FTA까지 체결되면서 비정규직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비정규직 가운데서도 여성노동자들은 더 열악한 노동 여건에 놓여있다. 현재 여성노동자의 70%가 비정규직이고, 이들의 임금은 남성 정규직 노동자의 40%에 불과하다고 한다.

지난 10일 비정규직 보호법의 차별시정제도가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비정규직 차별을 시정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코레일이 성과급을 지급하면서 기간제 근로자들에게만 주지 않은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며 시정 명령을 내렸다. 그럼에도 이번 판정은 ‘꽃’에서 희생‘양’으로 전락한, 아직까지도 농성 중인 KTX 승무원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그들이 ‘밥’벌이를 하고 KTX의 ‘꽃’으로 활동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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