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 답사 이후 기억 한 편에서 지워질 듯 자리 잡고 있던 강화도가 얼마 전, 필자의 삶에 의미 있는 두 가지 낭보를 안겨 주었다. 하나는 강화도에서 출발해 강릉까지 3박 4일 동안 내내 달려야 하는 ‘한반도 횡단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아버지의 완주 소식이고, 다른 하나는 ‘어재연 장군기’의 귀환 소식이다.

‘어재연 장군기’. 지난달, 1871년 신미양요 때 미국이 전리품으로 빼앗아간 ‘어재연 장군기’가 136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다. 깃발 한가운데 장수를 뜻하는 ‘帥(수)’자가 적혀 있어 ‘수자기’로 불리는 ‘어재연 장군기’는 신미양요 때 미군의 공격으로 전사한 어재연 장군이 사용한 군기다. 미군은 전투에서 승리한 뒤 장군기를 전리품으로 가져가 지금껏 미국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에 소장해 왔다.
우리 문화재청은 장군기의 영구 반환을 추진했으나 관련 법 개정과 미국 의회 통과 없이 반환이 힘들다는 미국 해군사관학교와 협의 끝에 2년 계약(최장 10년까지 계약 연장 가능)의 장기 대여 방식으로 장군기를 들여왔다.

물론 기쁜 일이다. 하지만 조금만 더 욕심을 부려서 생각하면, 안타까운 것이 더 많다. 136년 만에 돌아온 우리 역사의 유물이 영구 반환이 아니라는 것도 그렇고, 아직도 반환되지 못한 우리 문화재가 외규장각 도서 등 7만 여 점, 비공식적으로는 수십 만 점에 달한다는 것이 그러하다. 아픈 역사의 귀퉁이를 치유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올바른 역사 인식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강화도에서 단순히 조상들이 쌓은 요새의 정교함에 감탄하는 것에서 감상을 그쳐서는 안 된다. 이번 장군기 귀환을 통해 열세 속에서도 도망가지 않고 끝까지 싸우다 돌아가신 우리 조상들의 충절과 용맹함을 느껴야 한다.

마라톤으로 인해 망가진 아버지의 발은 회복되고, 빠졌던 발톱도 새로 돋아나고 있다. 140년 동안 치유 받지 못했던 우리네 역사도 이제 그 상처 부위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 동안 방치해둔 만큼 아무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더욱 단단하게 굳은살로 돌아와 미래를 내달릴 수 있는 ‘온고지신’의 장, 강화도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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