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한 사건이 있다. 바로 삼성의 비자금 의혹 사건이다. 현재 비자금이 의심되는 차명계좌가 상당수 발견된 만큼 이 사건을 두고 말도 참 많다. 하지만 이 중에는 삼성에 대한 비판도 있는 반면, 삼성에 대해 ‘우리나라를 먹여 살리는 기업이니 봐줄 수 있다’느니, ‘그렇게 했으니 이 만큼 된 거다’느니 하는 말을 주저 없이 하는 사람도 꽤 많다.

‘국위 선양하는 자랑스러운 기업, 삼성’. 이것이 바로 삼성의 이미지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은 외국 여행 중 거리에서 삼성의 전광판을 보았을 때, 텔레비전에서 삼성의 광고를 볼 때 ‘역시, 삼성이구나’ 하는 자부심을 느낀다고 한다. 사실 우리나라를 두고 삼성공화국이라고 할 정도로, 우리 경제가 이 기업에 기대고 있는 정도는 매우 크다. 또한 외환위기를 겪은 만큼 국민들이 다른 무엇보다 경제에 목말라하고, 경제를 살린다는 삼성을 외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본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비자금 의혹 사건이 불거진 마당에 ‘삼성이니까 봐준다’는 식의 말들은 어처구니가 없다. 이렇게 된 데에는 분명 삼성의 이미지가 크게 작용했을 터이다. 그리고 그 이미지는 의도한대로 삼성의 어두운 측면을 슬며시 가리워주고 있다. 노조를 인정하지 않으며 무노조 경영을 강행하는 모습, 전두환·노태우 정권에 정치자금을 상납하는 모습, 세습 경영 등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달 26일 한국개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IMF 외환위기 이전과 현재의 경제 상황을 비교하는 질문에 ‘매우 좋아졌다(14.6%)’, ‘좋아진 편이다(66.4%)’라는 응답이 다수를 차지했고, ‘나빠졌다’는 평가는 7.5%에 불과했다. 이러한 결과에만 눈이 멀어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기업이라고 무조건 봐주고, 관리와 감독을 방만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김용철 변호사가 양심 고백을 한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 특검의 몫이라면, 우리의 몫은 죄를 저지른 주체가 누구든 간에 그 행위가 잘못됐다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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