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위기론이 대두된 지도 벌써 10년 이상이 지났다. 그동안 위기에 빠지게 된 원인과 인문학을 살릴 방안을 둘러싸고 많은 토론과 논쟁이 있어왔다. 인문학의 위기는 크게는 세계화, 지식기반사회 그리고 복지국가 자본주의로부터 신자유주의로의 현대 자본주의의 이행이라는 역사적 추세에 기인한다.

지식과 정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리요타르가 지적하고 있듯이, “수행성의 원리”에 부합되는 지식과 정보들이 증가되고 있을 뿐이고, 이 원리에 부합되지 않는 지식과 정보, 즉 돈이 되지 않는 지식과 정보는 뒤로 밀려나고 있다. 이에 더해 신자유주의 하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자리 축소는 취업의 문마저 좁혀 가고 있다. 이런 추세 속에서 돈이 되지 않는 인문학, 취업하기 어려운 인문학은 사회로부터 홀대받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그렇다고 인문학이 마냥 의기소침해 있거나, 자기비하에 빠져있을 수만은 없고, 또 그럴 필요도 없다. 인문학은 위대하고, 모든 위대한 시대에는 위대한 인문학이 있었다.

현재 인문학이 어려운 처지로 내몰리고 있기는 하나, 미래를 앞서 내다보면 인문학의 전망이 그리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세계화에 의해서 강제되고 있는 무한 경쟁의 논리가 현재는 인문학을 배척하고 있지만, 더 격화되는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인문학을 다시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오늘날의 평면적이고 기계적인 지식과 정보는 점점 더 경쟁력을 상실하게 되고, “수행성의 원리”로부터 멀어지게 되고, 인문학적 상상력에 기초한 창의적인 지식과 정보가 그 자리를 대체해 가게 될 것이다. 창조적인 지식과 정보에 기초한 문화생산력이 미래의 생산력의 새로운 형태로 발돋움하게 될 것이고, 거기에서 인문학이 그 바탕이 될 것이다.

문제는 인문학뿐만 아니라 전 사회가 이를 위해서 앞서 준비해나가야 하는 데에 있다. 바로 이 점에서 우리나라는 신속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한국사회는 눈앞의 이익만을 바라보는 도구주의적 사고 행태에서 아직 벗어나고 있지 못하며, 바로 눈앞에 돈이 되는 분야에만 투자를 하고, 돈이 안 되는 인문학은 죽든 말든 그대로 방치해 왔다. 다른 나라들이 장래를 내다보고 벌써 인문학에 사회적 투자를 확대해가고 있는 데에 비해 우리나라는 시기적으로 뒤쳐지고 있다. 미래의 새로운 문화생산력의 바탕이 되는 인문학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는 우리나라의 경쟁력의 약화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정부가 인문학을 살리기 위해 “인문한국”이란 인문학 지원 정책을 실행에 옮긴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인문한국” 사업은 그동안 정부가 인문학을 지원하기 위해 시행해온 정책들 중에서 가장 본격적인 사업으로 앞으로 1000억원이란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여 국내의 인문학연구소들을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소들로 발전시킨다는 야심 찬 정책이다.

그리고 우리대학 인문과학연구소가 거의 전국의 모든 인문학연구소가 지원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인문한국” 사업의 연구소로 선정된 것은 우리대학 전체와 인문대학의 자랑스러운 경사라 할 것이다. 이는 인문학의 위기 속에서 이를 넘어서려고 애써온 우리대학 인문대학이 맺은 결실이다. “인문한국” 사업의 선정을 통해서 우리대학 인문대학과 인문과학연구소는 다가오는 문화경쟁력의 시대에 이를 선도해나갈 중심적인 연구교육기관으로 발돋움해 나갈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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