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란>이라는 영화를 본 적 있는가. 이주노동을 위해 한국인과 위장결혼을 한 중국 여인 파이란과 뒷돈을 받고 그와 결혼한 삼류건달의 이야기이다. 매년 수많은 여성 이주노동자들이 중국뿐만 아니라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등 세계 각지에서 한국으로 입국한다. 이들은 조금이나마 돈을 벌어서 고향으로 송금하겠다는 막연한 꿈을 안고 한국에 들어오지만 대부분 그 꿈을 이루지 못한다.

법무부에서 발표한 2008년 3분기 ‘외국인 근로자 현황’을 보면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노동자 73만 명 중 13만 명이 여성 노동자다. 이외에도 국제결혼이주자와 혼인귀화자까지 잠재적 여성 이주노동자로 볼 때 무려 25만 명의 여성 이주노동자들이 우리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 이주노동자들은 취업허가를 받기가 힘들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 이주노동자들은 위장결혼, 브로커 알선 등 편법을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오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렇게 편법으로 국내에 들어온 이주여성들은 법의 사각지대에서 헤맬 수밖에 없다. 취업허가를 받고 입국한 이주노동자들이 받는 부당한 대우를 볼 때,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여성 이주노동자가 어떤 대우를 받을지는 정확한 자료가 나오지 않더라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실제 결혼을 통해 이주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하고 집안일에 매이는 경우가 대다수 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전체 이주노동자의 1/3을 차지하는 여성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정책과 지원은 없다시피 한 형편이다. 여성이주노동자를 노동력이 아닌 가족정책의 일환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사회가 저출산·고령화 사회로 넘어가면서 결혼을 위한 이주와 그들의 정착에 힘을 쏟고 있는 형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이주여성과 관련한 연구는 다문화 가정에 대한 연구가 주를 이루고 있다.

특별히 여성 이주노동자만을 다룬 연구는 찾아보기 힘들다. 양성평등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여성부마저도 여성 이주노동자에게는 눈을 돌리는 형편이다. 시민단체의 지원도 마찬가지이다.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정을 위한 시민단체는 서울지역만 해서 100여개에 이르지만 여성이주노동자를 주로 다루는 시민단체는 1곳도 없다. 김기돈 한국이주노동인권센터 팀장은 “우리나라에서는 이주여성을 노동력이 아닌 인구감소를 해결하기 위한 인구유인으로 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올해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 수는 89만 명으로, 지난해 조사된 72만 명과 비교해 볼 때 23%의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앞으로 우리사회에 이주노동자가 급속도로 늘어날 것을 보여주는 수치이다. 김기돈 팀장은 “여성 이주노동자에 대해 우리사회가 이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현 상황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조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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