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민을 위한 음악회 기획한 남덕순(예술체육대학장, 음악학과) 교수

“3000여 석을 가득 메운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의 모습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어떤 공연이나 콘서트도 좌석을 가득 채우지는 못했다” 남덕순(음악학과, 예술대학장) 교수는 지난 달 6일 열린 우리대학 90주년 기념 음악회인 ‘서울 시민을 위한 희망 음악회’를 성공리에 마친 감동을 이렇게 말했다. “그때 공연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벅차 오른다. 많은 시민들이 공연을 보고 감동을 받았고, 나 또한 시민들의 반응에 감동 받았다”고 남 교수는 말했다.

기억에 남을 만한 음악회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을 대여하는 일부터 공연 후원자를 찾는 일까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남 교수는 “유명한 공연도 아니고 학생들이 참여하는 이번 공연을 위해 대강당을 대여하는 일은 어려웠다. 8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대여한 것”이라며 “이번 공연을 위해 애써주신 분들이 너무 많다. 특히 후원을 해주신 분들이 이번 공연을 보고 흡족해주셔서 또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러한 공연의 성과는 주위 사람들의 도움이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남 교수가 쏟은 열정 또한 만만치 않았다. 한 달 간을 집에서 나와 음악회를 기획하고 준비했다.

이번 음학회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우리대학의 특성을 살려 서울 시민들이 그간 접하지 못했던 클래식과 성악을 맘껏 즐기게 해주기 위해서 기획된 것이었고,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추가되었다. 우리대학을 서울 시민들에게 알리는 일이었다. 그래서 남 교수는 클래식이 갖고 있는 엄숙함을 탈피, 우리대학의 생활체육정보학과 유명한 비보잉 크루 ‘브루클린 몽키’의 공연을 오케스트라가 정식 공연을 하기 이전에 선보였다. ‘브루클린 몽키’의 공연은 우리대학의 젊음과 패기를 보여주기 위해 기획되었다”고 남 교수는 설명했다.

남 교수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꽤 많다. 독일 쾰른 대학에서 수학한 남 교수는 한국인 최초로 콘체르트 엑사멘 과정을 마쳤다. 1980년도에는 가장 많은 연주를 가진 소프라노였고, 「춘향전」, 「아이다」 등의 대형 공연의 여주인공을 맡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자랑스런 문화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연소 여교수(83년)였으며, 여교수 최초로 단과대학장직을 수행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 남 교수가 바라는 것은 원대한 것도 남이 하지 못하는 것도 아닌 너무 소박하고 훈훈한 것이었다. 남 교수는 “우리대학에 학생 중심의 아마추어 합창단이 하나 있었으면 한다”며 “각종 행사 때마다 노래하고 공연하고, 더 나아가서는 지역 주민들과 하나가 될 수 있는 공연으로 그들을 기쁘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조그만 합창단 만들어 공연했으면…
남 교수가 이렇게 악기가 아닌 사람의 목소리에 대해 깊은 애착을 갖는 것은 자신만의 철학 때문이었다. 기실, 여러 예술 장르가 있긴 하지만 사람의 목소리와 몸짓을 통해 무언가를 표현하고 그것이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게끔 하는 데에는 엄청난 노력과 고통을 수반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남 교수는 “악기는 사람이 만들었다. 하지만 사람의 목소리는 신이 인간에게 주신 최고의 선물”이라고 강조했다.

남 교수는 자신의 롤 모델(Roll Model)로 파바로티와 독일의 가곡 가수인 피셔 디스카우를 손에 꼽았다. “파바로티는 목소리가 편안하고 자연스럽다. 피셔 디스카우는 가곡에서 발음이 매우 중요한데, 그 발음을 아주 정확하게 표현한다”고 남 교수는 설명했다. 남 교수는 독일에서 성악을 공부했기에 독일시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었다. 괴테의 시에 곡을 붙여 노래를 불렀던 남 교수는 괴테가 전하고자 하는 철학을 몸으로 체득했다. 철학을 이론보다는 감성을 통해 깨우친 셈이었다.

그래서 남 교수는 학생들에게 가슴 훈훈한 스승이자 어머니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이러한 감성 때문일까. 남 교수는 제자들을 훌륭하게 키워냈다. 바리톤 장동일은 파바로티의 제자가 되었고, 지금은 파리극장에서 전속 계약을 맺고 공연을 하고 있다. 소프라노 이윤정도 지난해 KBS 신인 음악 콩쿨에서 1위를 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리움과 사랑의 애절함을 노래한 괴테의 ‘그리움을 아는 이만 아네’가 좋다는 남 교수는 “어떤 음악이라도 좋다. 그것이 발라드건 빠른 노래건, 아니면 클래식이건. 그것을 듣고 느낀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며 “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음악회를 열고, 이를 통해 불우한 이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마지막으로 말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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