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 오창익

인권은 사회의 공기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사회에서 촛불집회부터 전자팔찌법, 피의자의 얼굴 공개, 용산참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권 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다. 인권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는 것, 이분을 언론에서 접하는 횟수가 잦아지는 것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바로 오창익 인권운동가이다.

그는 요즘 할 일이 많아지는 것이 결코 좋은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의사를 자주 본다는 것은 병이 있다는 거죠. 경찰관을 자주 본다는 것도 역시 좋은 일이 아니죠. 우리 같은 사람이 언론에 자주 나오는 것은 그만큼 우리사회가 불안전하고 거꾸로 가고 있다는 겁니다”

상상력이 너를 행복하게 만들 것이다
‘인권을 배우자, 그리고 행복해지자’ 오창익씨가 활동하는 인권실천시민연대에서 방학마다 진행하는 대학생인권학교의 첫 주제이다. 인권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행복을 위한 것이라는 말이다. 사회가 행복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개개인들의 행복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주제는 더 궁금증을 유발한다. ‘인권은 상상력이다’는 행복해지기 위해 자신의 삶과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아야 하는데서 출발한다. 국가 단위의 삶을 사는 사람들로서 국가가 나에게 무엇을 해줘야 하는지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뜻이다. 오창익씨는 “고등학교 학생들은 야간자율학습을 포함해 하루 15시간 공부한다. 이런 공부하는 기계에게 행복이라는 단어는 연속극에나 나오는 단어이다. 이처럼 사람들이 자신의 인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굉장히 낮은 수준이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자기의 꿈을 사회적으로 실현하며 정말 자기 인생을 재밌게 살기 위해 상상력이 필요한 것”라고 강조했다.

참사, 비례성과 보충성에서 0점
하지만 용산참사를 겪은 철거민들, 과연 인권을 보장받고 행복해 질 수 있을까. 그는 특히 용산참사에서 경찰의 무리한 진압을 지적한다. 경찰 활동에 있어 중요한 두 원칙, 비례성의 원칙과 보충성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령 귤을 하나 훔쳐 도망간다고 하자. 법질서 위반이라고 잡아서 징역 10년의 처벌을 한다든가 잡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때려서 장애가 생겨 평생 못 걷게 한다든가 하면 안 되잖아요. 그 만큼의 책임을 물어야죠. 경찰이 진압을 함으로써 얻는 법질서 확립 등의 이득보다 진압을 함으로써 놓치게 되는 것이 더 컸죠. 사람이 죽기도 하고… ”

경찰은 총으로 대표되는 강력한 물리력을 가진 집단이기 때문에 공권력의 사용은 국가의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 말로 내려오라고 설득하고, 보상을 위한 협상을 활발히 진행하고, 그리고 아무 방법이 없을 때 최후의 수단으로 그것도 비례성의 원칙에 맞게 경찰을 투입시켜야 한다. 그러나 이번엔 어떠했는가.

그는 “이번 용산참사와 같은 사례처럼 국가에 의한 인권침해를 감시하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국가에 의한 인권침해가 가장 고전적인 인권침해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 예로, 미네르바가 13시간 동안 수갑을 차고 포승에 묶여서 조사받는 것. 우리는 그것 자체가 고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도 모르고, 어딘지도 모르고, 모르는 사람들이 반말 내지는 욕을 해가며 똑같은 질문을 반복하고 같은 대답을 수없이 반복해야 한다고 생각해보자. 이런 일들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역할이 있다”

제발 자신의 인권에 관심을 가져라
“다른 사람의 인권에 관심 갖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제발 자신의 인권에 관심을 가져라.” 오창익씨가 대학생들에게 누차 강조한 말이다. 인간은 행복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사회에서 누구도 이것을 가르쳐 주지 않을 뿐 아니라 대학교 2, 3학년이 되는 동안 우리에겐 행복했던 경험이 그리 많지 않다.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말도 안 되는 무한경쟁 속에서 사회가 행복할 조건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이처럼 대부분의 사람이 인권피해자인데 자기가 피해자라는 의식이 없다. 인권은 저 멀리 고문 받는 사람의 얘기가 아니라 내가 한국사회에 태어나서 얼마나 더 행복해야 되는지 생각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오창익씨는 “공부해야 하는 것은 책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넓은 세상 속에서 많이 배워라”라고 조언했다. 사회적 존재로서 시민사회단체의 활동이나 자원봉사 등을 통해 사회적 실천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네가 어떻게 해야 행복할지 자기자신에게 정직하고 진지한 태도로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고 말했다.

특별한 계기 없이 인권운동을 그저 자연스럽게 해 왔다고 담담하게 말하는 오창익씨. 그러나 17년째 해 온 것처럼 오랫동안 인권활동을 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한다. 나이를 먹어서도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특별한 동기를 기대한 예측과는 달랐지만 도리어 그런 모습이 쉽게 끓고, 쉽게 식는 냄비가 절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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