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읽어주는 남자


누구였던가, “큰일 났다, 봄이 왔다”라고 노래했던 이는? 아무튼 ‘큰 일’이 나긴 났나보다 봄이 왔으니까.

겨우내 움츠려있던 교정(校庭) 곳곳에서도 봄기운이 찾아오고 있다. 그동안 수많은 시인들이 특별히 이 계절에 주목해왔던 이유도 봄이 안겨주는 설렘 때문이었으리라. 김기택이 최근 펴낸 시집에도 ‘봄 시편’이 실려 있다.

이 시편은 자칫 새로운 계절에 대한 ‘설렘’만으로 치부되기 쉬운 감흥을 최대한 억제시키면서도 봄의 새로움은 잘 살려내고 있다. 이 시에서 시인은 바야흐로 찾아온 봄을 ‘고양이’에 비유하고 있다. 여기에서의 고양이는 날카롭거나 폭력적인 동물이 아니다.

오히려 느릿느릿한 특유의 움직임에서 느낄 수 있는 평화로움의 상징일 것이다. 시인은 고양이가 기지개를 켜는 몸을 통해 우리가 느낄 수 있는 팽팽한 긴장처럼, 언 땅을 뚫고 새롭게 찾아오고 있는 계절의 설렘을 잘 드러내고 있다. 잠시 창밖에서 들려오는 봄의 소리에 귀 기울여보자.

그 순하디 순한 봄바람의 소리가, 그리고 수많은 생물들이 기지개 켜는 소리가 들리는가?

박성필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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