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시대

학생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 있냐는 질문에 이동하 교수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추천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톨스토이와 더불어 러시아 문학의 양대 산맥이라고 칭송받는 작가이고,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은 그의 작품 중 절정에 있는 작품이라고 인정받는다. 이 소설은 1500페이지에 달하는 긴 호흡을 가지고 있다.

문학적인 측면에서 볼 때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은 빼놓을 수 없는 소설이다. 소설이 집필되던 당시 러시아는 영국을 비롯한 서유럽에 비해서는 후진국이었다. 이는 일제 강점기를 거친 한국의 역사적 상황과 유사하다. 러시아 문학은 유독 한국 문학에 많은 영향을 주었고, 도스토예프스키는 한국 근대문학의 형성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문학적인 측면에서 볼 때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은 꼭 읽어야 할 필독서인 것이다.

“굳이 문학을 공부하지 않더라도 독서에 취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이 소설은 흥미로운 점이 많다”고 이동하 교수는 말한다. 이 소설에서 무엇보다 두드러지는 특징은 10여 명에 이르는 인물들이 오롯이 살아 있다는 것이다. 같은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와 장남은 한 여자를 두고 싸우며, 차남은 비종교주의자이지만 삼남은 종교주의자다. 사회주의 사상을 가진 인물 역시 뚜렷한 호흡을 가지고 소설 속에서 등장한다. 각각의 인물들은 인생의 한 단면들을 보여주며, 그들은 서로 갈등을 빚고 토론한다.

이 책은 인생에 관한 질문들이 밀도 있게 논의되고 있는 하나의 광장이기도 하다. 소설은 결말로 가까워지면서 소설을 넘어 복합적이고 다면적인 인생의 일부분으로 변해간다. 때문에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는 어떤 인물에 초점을 두고 읽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그림이 그려진다. 이동하 교수는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거대한 종합에 이르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소설은 종교 소설, 범죄 소설, 치정 소설, 극적 소설 등으로 분류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사건이 밀집되어 있다. 순수 문학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이 소설은 매력적이다.

하지만 독서에 흥미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어떨까. 이에 대한 우려를 묻자 이동하 교수는 “대학생이라면 이정도의 책은 읽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요즘 대학생들은 TV를 봐도 몇 초도 견디지 못하고 채널을 돌린다. 그것이 마냥 좋지만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긴 호흡의 독서를 하는 것은 자기 훈련의 과정이며 대학생이라면 그 정도의 단련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동하 교수는 “근대 소설은 차원 높은 철학과 사상이 결합되어 있는 수준 높은 봉우리다. 근대 인류가 이룩한 하나의 문화적인 성취”라며 “이런 책을 읽으면서 인생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책이 재미가 없더라도 중간에 놓지 말고 무식하게 읽고 또 읽으라”고 조언했다. 공부할 때 무식하게 앉아서 공부하는 것처럼 책을 놓지 말라는 것이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읽는 것은 인생에 대한 공부이며, 책을 다 읽으면 한 단계 성장한 자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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