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정무역연합 대표 박창순


지난 11월 학생회관 앞에서 두 차례에 걸친 공정무역캠페인이 열렸다. 우리대학 학생들이 주도했던 이 행사는 학생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박창순씨는 그 당시 우리대학의 몇몇 학생들이 공정무역을 알리는 홍보를 하겠다고 찾아왔던 때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시립대학생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죠. 공정무역에 관심을 갖는 학생들 모두 정말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는 이렇게 대학생들이 바쁜 와중에도 제3세계 빈곤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자기의 힘을 보태는 모습을 볼 때, 용기가 생기고 이 일을 앞으로도 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낀다고 말한다.

다큐멘터리, <아름다운 거래>
EBS 교육방송에서 27년간 PD로 일한 그는 2005년 퇴직했다. 퇴직을 하고 제작하게 된 다큐멘터리가 2부작으로 구성된 <아름다운 거래>. 바로 공정무역에 관한 내용이었다. 공정무역의 현지 생산지 국가인 네팔, 인도, 필리핀부터 소비국가인 일본, 영국, 네덜란드까지 직접 다니며 취재했다. 생산자와 그 상품을 수입해 물건을 파는 회사, 공정무역 운동을 하는 단체도 방문했다.


인도 뭄바이의 빈민촌에서 그는 뜻밖의 감동을 경험한다. 돈과 기술이 없고, 남편마저 잃어 생활이 어려운 여성들을 한 스페인 수녀가 한데 모았다. 그녀는 이들에게 봉제 기술을 가르쳐 상품을 만들도록 했다. 그 상품들을 유럽시장에다 내다 팔고, 스스로 생활하게끔 한 것이다. 이것이 창조적인 수공예품을 생산해내는 크리에이티브핸드크라프트이다. 네팔이나 인도는 카스트 제도가 남아 있어서 경제생활 하기가 특히 어렵다. 이런 일도 있었다고 한다. 아주 신분이 낮은 시디만이라는 사람이 목도장을 만들고 있었다. 그런데 도구가 없어 우산살, 자전거 바퀴살을 주워서 도장에 모양을 새기고 있던 것이다.

공정무역의 모토, 원조 아닌 거래
빈곤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에는 기부라는 방법도 있다. 그런데 왜 굳이 원조가 아닌 거래를 주장할까. 공정무역은 기부나 원조하고는 다르다. 박창순씨는 “세계의 빈곤해소를 위해 유엔산하기구, 세계은행 등에서 지원하지만 결과적으로 별 효과를 내지 못했어요. 그런 원조방식은 시혜자와 수혜자 관계가 성립되거든요. 베푸는 사람과 원조를 받는 사람이 있죠. 베푸는 사람은 오만해질 수 있고, 수혜자 쪽에서는 비굴해질 수 있는 인간관계가 형성되기도 하고 원조 받는 사람들은 원조에 의존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자립의 기반을 점점 잃게 되는거죠”


이처럼 공정무역은 수입하는 사람과 생산하는 사람이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의 합의에 의해서 가격을 정한다. 자유무역 시장의 일반적인 상행위처럼 일방적으로 돈이 있다고 싼값으로 거래하는 것이 아니다. 공정무역은 영리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정당한 가격을 지불한다.

환경·빈곤 문제에 대한 대안, 공정무역
세상은 더 이상 나만 잘 살고, 나 혼자 맑은 공기를 쐬며 살 수가 없다.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돌아가기 때문이다. 인류가 봉착한 환경·빈곤문제를 해결해나가며 더불어 살아야 한다. 박창순씨는 “나만 잘 살겠다는 사고에서 벗어나서 지구촌이 한가족이라는 마음을 가지고 함께 살아야한다. 공정무역이 이를 실천하는 실제적인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또, 학생들에게 “자기에게 필요한 물건을 구입할 때 그 물건이 어디서 어떤 과정으로 생산됐고, 어떤 경로로 유통되고 있는지 한번쯤은 생각해보고 선택할 수 있는 그런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즉, 자신의 소비행위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이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대접받은 커피는 역시나 공정무역을 통한 커피였다. 태국 치앙마이 원주민들이 직접 재배했다는 말을 전해 듣고 이게 ‘진짜’ 커피 맛이구나 싶었다. 우리대학 학생들도 브랜드 커피에서 벗어나 ‘진짜’ 커피를 마셔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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