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시대

자유는 우리가 항상 갈구하는 그 무언가이다. 역사는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이었다.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직원들은 회사로부터의 일탈을 꿈꾸며 자유를 갈구한다. 하지만 이런 가시적인 자유가 아닌 진정한 삶의 자유를 향유하고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저자 목수정은 책 제목에서 말해주듯이 뼛속까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다.

저자는 문화 방면에 관심이 있어 프랑스로 유학을 떠난다. 프랑스에서 공부하면서 문화에 대해 열린 생각을 갖게 됐고, 한국에 돌아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문화와 정치에 대한 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민주노동당에 입당한다.

이 대목에서 이 책을 추천한 조경학과 김아연 교수는 “투쟁적이고 정치적으로 보일 수 있는 곳과 자유로운 영혼을 가지고 있는 저자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문화가 반영된 사회 속에서 자신의 철학에 따라 자신이 추구하는 것을 온전히 추진하는 저자의 모습은 기존의 사회가 만들어낸 것에 젖어 사는 우리들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는 감상을 밝히기도 했다.

저자는 서른에 프랑스로 떠나 배움에 대한 욕망을 채우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자신의 철학을 관철시키려 부단히 노력했다. 그리고 그해 8월 또 프랑스로 갈 짐을 꾸린다. 여전히 10대처럼 장래희망 목록이 길다는 그녀는 살아있는 동안 계속해서 진화할 자신의 욕구와 호기심에 화답하며 살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친다. 주저없이 자신이 원하는 바를 따라간 저자의 일련의 삶을 그려낸 이 책을 보면 우리 사회에서 이처럼 자유로운 삶을 사는 여성을 찾을 수 있을까 싶다.

책의 부제 ‘프랑스 남자와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기’와 같이 저자는 결혼하지 않고 프랑스 남자와 산다. 그녀와 그녀의 남편은 혼인계약이 아닌 시민연대계약을 맺은 관계이다. 시민연대계약이란 늘어나는 동성커플을 법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만든 제도로 혼인보다 제도적 절차가 간소하나 세금감면, 국적취득, 육아지원 등 결혼한 사람들과 동등한 법적 보호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혼인’이라는 두 글자가 없으면 부부사이여도 관광비자밖에 받을 수 없는 우리나라 제도에 비교한다면 우리가 얼마나 견고한 제도권 내에서 살고 있는지를 절감하게 한다.

김아연 교수는 책을 추천하며 “저자가 글을 잘 풀어내 누구나 가볍고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라는 말과 함께 “특히 여학생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영원히 철들지 않는 삶을 살 거라는 작가의 말이 일정한 틀 속에 갇혀있는 사회의 논리대로 살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로 들린다.

그녀의 강한 의지와 그에 기반한 삶의 모습은 남성들에 비해 기성사회의 문화와 사고방식으로 인해 자유를 제한받는 여성들에게 여태까지 생각지 못했던, 기존의 사회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자유의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어준다. ‘기혼과 미혼’이 아닌 ‘기혼과 비혼’이라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삶, 이것이 저자 목수정이 이 책에 그려낸 그녀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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