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읽어주는 남자


연애란 과연 행복하기만 한 과정인가? 아마도 진은영이 「연애의 법칙」을 통해 말하려는 것은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답일 것이다. 그녀의 물음에 내가 감히 답을 하자면, 연애의 과정이란 그 행복이 주는 기쁨에 비례하는, 사랑을 얻기 위해 아픔을 참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연애란 사랑을 얻기 위한 기다림의 과정이 아닌가. 시인은 그 연애의 과정을, 아니 그 인내의 과정을 행과 연의 갈이를 통해 드러낸다.

위에 인용한 시에서 진은영은 그러한 사랑의 ‘과정’을 우선 다소 에로틱한 시적 분출로 드러내고 있다. 그리곤 “그리고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포옹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때의 ‘서로의 존재’란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랑을 대신하는 허상(虛像)이다. 결국 어쩌면 그녀가 시를 통해 드러내고자 했던 것이란, 사랑이란 또 연애란 그 허상을 포옹할 수 있게 하는 과정이라는 점일지 모른다.

이것을 해체론의 입을 통해 말하자면 다음과 같은 말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당신을 사랑할 수 없는 이유는, 내가 당신을 사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바로 그런 세대가 아닐까, 사랑에서 미움을, 아니 ‘새로운 사랑’을 찾아가는 이들.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