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문장의 소리’ DJ, 소설가 김중혁


문학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줄 명약이 있다. 짤막하게나마 자신만의 시나 소설을 쓰려고 하는 학생이 있다면, 라디오 ‘문장의 소리’가 바로 그들의 훌륭한 동반자가 될 것이다. 문장의 소리에서는 매번 시인, 소설가, 극작가, 연출가 등의 문인들이 출연해 문학과 자신의 작품에 대해 DJ와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문인들의 목소리로 직접 듣는 ‘낭독시간’은 작품 느낌 그대로를 다시금 되살린다. 문을 연 지 4년차에 접어든 인터넷 문학전문 라디오 문장의 소리는 그 구성마저 문학적이다. 라디오 프로그램의 작가, 진행자, 프로듀서 등 주요 스텝이 모두 문인으로 이루어져 있다.

소설가의 DJ 데뷔
지난 11일 문장의 소리 제6대 DJ가 공개됐다. 등단 작품으로 김유정문학상을 수상하고 문학계가 주목하는 대표적 젊은 작가이다. 그런 그의 목소리가 처음 전파를 탔다. 긴장한 목소리가 시작부터 ‘나 첫방송이야’라고 말하는 듯하다. 지금까지의 역대 DJ가 시인 김선우, 소설가 한강, 시인 이문재, 소설가 이기호, 소설가 김애란씨로 이어져 사람들의 관심이 한데 집중됐기 때문이다.

… 하얀 종이나 텅 빈 모니터를 앞에 두고 무언가를 쓰려하는 모든 사람들. 그게 일기든 시든 소설이든 수필이든 편지든 뭐든 간에 뭔가를 쓰기 위해 허공 앞에 앉은 모든 동지들이다. 나는 그들에게서 영감 받았고, 영향 받았으며, 그들의 문장과 생각과 철학을 DJ처럼 리믹스해 왔다… 《펭귄뉴스》 작가의 말 中


첫 저서의 작가의 말이자 첫 방송의 첫 멘트이다. 김중혁씨는 이미 저서에서 작가의 말을 통해 자신이 DJ 소설가임을 자처했다. 어쩌면 진짜 DJ가 됨을 예견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소설가와 DJ의 기쁨
소설은 단순한 이야기가 아닌 더 큰 무엇이다. 어떠한 정의가 이어진다 하더라도 여전히 2% 부족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김중혁씨는 소설에 대한 과도한 의미부여와 지나친 해석을 원하지 않는다. 그저 작가로서 누군가의 일상 속에서 자신의 소설이 삶의 ‘환기’가 될 수 있고, 행복해지도록 만드는 순간이 있다면 즐거운 일이라고 여긴다.

김중혁씨는 문학이 무겁지 않다는 사실을 전하는 DJ가 되고 싶다 말한다. 요즘 라디오가 수다의 장으로 변하고 있지만 라디오는 본래 다양한 상상의 재료로부터 갖가지의 또 다른 상상으로 뻗어나가게 하는 매체라는 것이 김중혁씨의 주장이다. 가령 SF영화에서 우주를 표현하려면 많은 큰 비용과 노력이 들 것이다. 반면, 라디오는 하나의 소리를 던져주고 우주의 소리라고 표현한다. 그러면 각자 서로 다른 자신만의 우주를 상상할 수 있다. 김중혁씨는 “문장의 소리가 사람들에게 자신만의 우주를 상상할 수 있는 자극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신을 진공포장하라
김중혁씨는 학생들에게 “자신이 진공포장되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말인 즉, 세계 속에서 자신을 랩으로 둘러싼 것처럼 그 무엇에도 노출되지 않고, 누릴 수 있는 온전한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라는 것이다. 사람을 진공포장하는 데 소설만한 명약이 없음은 더 말해 무엇할까. 취업이다, 공부다, 뭐다하며 1년 365일 24시간 노출돼 상온에서 서서히 상해가고 있는 것일지도.

작가를 지망하는 학생들에게 “남과 다르게 쓰도록 노력하길 바란다. 자신만의 내용과 담는 형식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첫 장편소설을 집필 중이라는 그. 그의 새로운 이야기와 형식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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