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시대

책 추천을 부탁했을 때 환경조각학과 김석 교수는 세 권의 책을 두고 고민하다가 《현대미술을 위한 변명》을 추천했다. “이 책은 미술의 이해를 위한 물음들을 제시하면서 현대미술을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읽기가 편하고 미술을 알아보려는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는 것이 선정 이유였다.

《현대미술을 위한 변명》은 총 12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의 장은 하나의 미술 사조를 그것을 대표하는 인물과 함께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책에서 12개의 미술 사조를 순차적으로 배열해 현대미술의 흐름을 조명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책이 어떤 사조에 대해 깊이 있게 파고드는 것은 아니다. 각각의 사조는 현대미술의 이해를 돕기 위한 도구로만 활용되고 있다. 전문적인 내용을 최대한 배제하고 간결한 문체로 쓰여 있어 미술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읽기 어렵지 않다.

《현대미술을 위한 변명》은 대중과 현대미술의 소통을 위해 집필되었다. 저자는 오랜 큐레이터 생활로 대중이 현대미술을 어려워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것은 “사람들은 미술 작품들을 볼 때 미술에 대한 이해가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는 식의 선입견을 갖고 있는 것 같다”는 김석 교수의 말과 다르지 않다. 피카소의 《칸바일러의 초상》을 보고 ‘대체 이 그림은 어떤 의미일까?’하는 식의 고민은 다들 한 번씩 가져보았을 것이다. 모네로 대표되는 인상주의는 왜 큐비즘으로 변해갔을까.

이런 맥락의 질문이 비단 피카소의 그림에만 따라다니는 것은 아니다. 피카소 이후로 지금까지 대중들은 현대미술 작품에 종종 이런 질문을 던져왔다. ‘이 그림은 왜 유명한 걸까?’, ‘이것도 그림인가?’, ‘이게 과연 가치 있는 작품인가?’ 유명 작품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괴리감. 그림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하는 문제. 잭슨 폴록의 《가을의 이름》을 거쳐 뉴만의 《숭고한 영웅》에 이르면 이 문제는 더 심화된다.

《현대미술을 위한 변명》은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을 모색하면서 제목처럼 현대미술을 ‘변명’하고 있다. 각 장의 제목 자체가 하나의 질문이다. 대중들이 갖는 질문을 통해 현대미술에 ‘딴지’를 걸고 이를 단계적으로 살펴보는 것이다.

김석 교수는 “미술 역사를 거칠게 세 가지 정도로 구분할 수 있다. 처음에 미술은 대상을 관념적으로 그렸고, 다음으로는 보이는 대로 그렸고, 마지막으로 생각하는 대로 그렸다”며 “책에서는 이러한 미술 역사를 설명하면서 사람들이 품고 있는 이해의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해 준다”고 말했다. 책을 읽다보면 독자는 칸딘스키가 추상을 추구한 이유와 다다의 등장 배경, 미니멀 아트의 유래를 알게 된다.

또한 《현대미술을 위한 변명》은 전문적인 미술 용어를 주석을 통해 상세하고 설명하고 있다. 장 내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미술 개념도 별도로 설명하는 지면을 마련해놓고 있어 그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현대미술을 이해하려는 사람에게 《현대미술을 위한 변명》은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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