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우리대학 학생들의 독서율은 저조한 실정이다. 우리대학 중앙도서관에서 집계한 학부생의 월 별 대출 권수를 재학생 수로 나눈 결과, 한 달간 1인당 대출 권수가 1.92권으로 나타났다. 학부생 1인당 대출 권수는 학기 중인 지난 3~6월 중에 2.59권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방학 중이었던 1~2월과 7월에는 1.13권으로 나타났다.
저조한 독서율뿐만 아니라 독서에 대한 편식도 문제이다. 읽기 쉽고 흥미로운 판타지 소설이 우리대학 도서 대출 순위를 꽉 잡고 있는 것이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집계된 도서 대출 순위를 살펴보면 대출순위 20위 내에 8개가 묵향, 해리포터 등의 판타지 소설이다. 중앙도서관 관계자는 “판타지 소설이나 전집 같은 것이 순위에 오르기 쉽다. 한 사람이 1~20권을 빌려가도 20회 대출된 것으로 집계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낮은 독서수준은 비단 우리대학만의 일이 아니다. 대학가에서는 일찌감치 학생들에게 독서를 장려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희대의 경우 학생들에게 도서관을 친근한 곳으로 인식시키기 위해 도서관에 출입하면서 느낀 점에 대한 글을 공모하는 ‘도서관 사랑 공모전’을 개최하고 있다. 이외에도 한 학기 동안 책을 많이 대출해간 ‘다독왕’에게 도서상품권을 주고, 작가를 초청하여 직접 작가의 작품세계를 듣는 시간을 갖는다. 우리대학도 올해부터 작가초청강연이 실시됐다.
중앙도서관에서 작가초청강연을 담당하는 윤현숙씨는 “이 같은 문화적인 행사가 독서 인구를 늘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라며 “오는 29일, ‘딴지일보’의 김어준씨 초청강연에 많은 학생들이 참석해 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현대생활과 고전읽기’라는 교양강의를 개설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독서를 장려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더욱 분발할 필요가 있다.
우리대학과는 달리 추천도서를 선정해 ‘양질의’독서를 장려하는 대학들도 있다. 서울대의 경우 폭넓은 독서를 기반으로 학생들의 지적능력을 길러내기 위해 각 학과 교수들이 논의를 통해 ‘서울대학생을 위한 권장도서 100선’을 선정했다. 현재 이 도서들을 중앙도서관 기초교육정보실 내에 따로 설치하는 한편, 홈페이지(book100.snu.ac.kr)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서강대 또한 ‘교양인성위원회’에서 1차 100선과 심화적인 내용의 2차 100선의 도서에 종교관련 도서 30선을 추가하여 ‘서강대학교 필독서 230선’이 선정하였고, 교양강의와도 연계해 다루고 있다.
독서에 대한 관심이 낮아졌다고 해서 독서의 필요성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한형구 교수는 “평생 양식이 되는 것은 어떤 목적을 이루려고 하는 정제된 지식의 공부가 아니라, 사고를 넓혀주는 독서다”라고 말했다. 또한 “독서는 수긍적으로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책과 책의 저자와 대화하면서 사고능력을 기르는 두뇌활동”이라며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디지털시대, 입시교육정책 등의 환경이 학생들에게서 책에 대한 관심을 빼앗아 갔다면, 그것을 되찾는 것도 환경이 해야 할 역할일 것이다.
우리대학 중앙도서관 대출 순위 (2009. 1. 1 ~ 7. 31)
순위 제목 저자 분류
1 묵향 전동조 판타지
2 로마인 이야기 시오노 나나미 서양사
3 해리포터와죽음의 성물 롤링, 조앤 K. 판타지
4 三國志 나관중 고전소설
5 수호지 고우영 고전소설
6 초한지 이문열 고전소설
7 군림천하 용대운 판타지
8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박시백 역사만화
9 하얀 늑대들 윤현승 판타지
10 해리포터와 혼혈왕자 롤링, 조앤 K. 판타지
11 아리랑 조정래 대하소설
12 셜록 홈즈 전집 도일, 아서 코난 외국소설
13 뇌 베르나르베르베르 외국소설
14 세월의 돌 전민희 판타지
15 白夜行 히가시노 게이고 일본소설
16 도쿠가와이에야스 야마오카 소하치 역사소설
17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롤링, 조앤 K 판타지
18 모방범 미야베 미유키 일본소설
19 시크릿 번, 론다 자기계발
20 룬의 아이들 전민희 판타지
이혜련 기자
nadlek@uo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