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 희망의 인문학 강좌 체험기

“희망의 인문학 김시천 교수님 강의를 취재하고 싶은데요...”
“교수님하고 선생님들도 인터뷰 하신다는 거죠?”
희망의 인문학 강좌가 진행되고 있는 동대문 지역 자활센터 관계자 분과의 통화 내용이다. 강의를 듣는 학생을 ‘선생님’이라는 호칭으로 부르는 것이 의아했지만 적당한 호칭은 생각나지 않았다.

지난 25일 희망의 인문학 1기 교수인 김시천 교수(인제대 연구교수, 서울시립대 출강)가 ‘인생은 나를 위해 사는 것’이란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다. 강의 도중 영화 ‘황산벌’ 이 인용됐다. 김시천 교수는 계백장군이 참혹한 전쟁 속에서 허무를 느끼고 거시기라는 이름의 사람에게 “거시기, 너는 반드시 살아라”라는 부분에 대해 말했다.

“띠리리리리~” 갑자기 강의를 듣던 선생님 한 분이 전화기를 들고 강의실 밖으로 나갔다. 강의는 끊이지 않았다. 김시천 교수는 “계백장군은 죽은 뒤 이름을 남겼지만, ‘거시기’라는 이름 없는 이는 살았기 때문에 역사를 만들었고 현재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 우리를 만들었다”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거시기’처럼 위대한 존재다”라고 개개인의 소중함을 강조했다. 수업을 마치고 의아했던 점을 물었다. “학생들한테 수업시간에 전화를 자제해달라는 부탁은 안하세요?”라는 물음에 돌아오는 김시천 교수의 대답은 “그걸 왜 얘기해요?”였다. “그분들은 생계가 걸린 중요한 전화를 받는 것인데 제가 뭐라 할 수 없잖아요”

김시천 교수가 희망의 인문학 강의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 경희대 강좌에서였다. 그는 “처음엔 겁나더라고요. 선입관이 있었나 봐요”라며 당시를 회고했다. “처음에는 눈높이 맞추는 것이 어려웠다. 농담을 해도 못 알아들으셔 웃어주지 않았을 때 당황스러웠다”고 힘들었던 점도 토로했다. 하지만 가슴 따뜻한 사람들이란 걸 알고서 김시천 교수는 유난히 수업시간에 자신의 얘기를 많이 한다. 겉은 학문적이지만, 속은 삶과 직접 연결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것들이 수업에 등장한다. 칸트, 소크라테스보다는 삶에 위로와 웃음이 되고 곰곰이 고민해볼만한 고민거리를 던져주는 인문학에 대한 배움이 진행되고 있다.

쉬는 시간에 한 선생님이 말을 걸어왔다. “나는 진짜... 오세훈 양반, 내가 직접적으로 도움받은 것 없지만 정말 고마워요” 선생님의 이야기는 하고 싶은 말을 꾹 참아온 사람의 이야기처럼 계속됐다. “노숙자에게 밥을 주면 그 사람은 계속 노숙자란 말예요. 노숙자들, 비록 노숙자이지만 마음만큼은 성공하도록 해줘야죠. 옷 젖듯이 가슴도 사랑으로 적셔주면서 경제적으로 지원해야 해요”라며 눈가를 촉촉히 적셨다. 선생님은 10년 전 이혼해 딸 셋을 공장에서 일하며 키워왔다고 했다. 자활센터에 온 지는 4년이 지났다며 “이런 데(자활센터)는 정말 아프고 아픈 뒤 마지막에 오는 곳인데, 인문학 강좌를 통해서 평온한 마음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희망의 인문학 강좌를 들으면서 얻은 것은 심신의 안정뿐만이 아니라고 했다. 웃고 떠들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고, 강의를 함께 듣는 우리는 한 팀이라고 말한 김옥화(62)씨는 마음만은 가장 행복해 보였다.

현재 우리대학에 희망의 인문학 강좌는 2기까지 개설돼, 철학과 서도식 교수 등 29명의 교수진이 400여 명의 학생들을 12개 반으로 나눠 가르치고 있다. 인문학 강좌가 지역자활센터나 쉼터 등에서 주 2회 2시간씩 이어졌고, 우리대학에서 개최되는 명사초청특강과 자립지원 프로그램이 총 10회에 걸쳐 진행 중이다. 문화공연 관람, 유적지 탐방 등의 문화체험학습도 계획됐다. 김시천 교수는 “희망의 인문학 강좌를 개설한 것은 강의하시는 교수님과 행정적 절차를 맡고 있는 대학의 노력 때문이다”라며 “서울시립대 교수님들이 훌륭한 일을 하고 계신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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