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한 가족이 서로의 심장소리를 듣는다. 바쁘게 살아가며 서로의 소중함을 잊고 있었던 그들은 서로가 얼마나 소중한지, 가족의 존재를 몸소 느낀다. 한 소녀는 늘 가슴으로 느끼던 본인의 심장 소리를 직접 듣고 힘든 일이 있을 때 그저 죽고 싶다고 말했던 자신을 후회했다.

대한심장학회에서 주최한 세계 심장의 날 행사 공익문화 건강캠페인, ‘Listen 캠페인’을 체험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심장의 소중함을 알리는 메시지에서 시작된 이 캠페인은 본인의 심장소리로 자신의 존재를 느끼고 건강을 위해 자신을 소중히 여겨야 함을 전한다.

심장소리가 세계를 감동시켰다. Listen캠페인이 세계 3대 광고제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칸 광고제의 프로모션 공공서비스 부분에서 은상, 미디어 부분에서 동상을 수상하며 한국인 최초로 칸 광고제 동시 수상이라는 쾌거를 안겨준 것이다. 수상의 주역은 Creativia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우리대학 동문 정주호(철학 00), 최건웅(산디 01), 임지현(산디 05) 씨이다.

광고가 향하는 곳? Creative for the people



어떤 말이 그들의 수상 기쁨을 표현할 수 있을까. 회사를 설립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았고, 세 동문 모두 광고를 전공하지도 않았다. 90년부터 20년간 우리나라 수상은 13건으로, 그 마저도 굴지의 대기업과 광고기업의 차지였다. 그런데 그들의 수상 에는 정작 기쁨의 탄성은 없다.

대학시절에는 공모전에서 상을 수상할 때마다 소리 지를 정도로 기뻐한 그들이었다. 대외적으로 인정받고 싶었고, 스스로에게도 광고를 잘한다는 사실을 확인해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대학시절 마지막으로 수상한 제일기획 대상 수상 때부터 수상이 마냥 기쁘지 않았다. “공모전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인데 이 기회를 통해 우리가 성숙해질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커요. 우리가 생각하는 방향이 옳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세계적인 아트 디렉터, 크리에이터들이 보는 가운데 적힌 제 이름에 걸맞은 사람이 되어야죠” 디자인 팀장 최건웅씨가 말했다.

Creativia는 컨셉, 기획 등 아이디어를 내고 글로 표현하는 크리에이티브팀과 아이디어를 시각화하고 제작하는 디자인팀으로 나뉘어 있다. 크리에이티브팀의 정주호씨는 수상의 순간보다도 Listen 캠페인 전 단계를 자체적으로 기획, 제작, 실행한 데서 보람을 가장 많이 느꼈다고 한다. “각자의 개성과 생각이 다르잖아요. 자기 아이디어가 좋다는 고집이 들 수도 있구요. 그런 가운데 일을 진행할수록 합일점이 생겨 나갈 때 가장 감동을 받는데 Listen 캠페인을 준비하면서 바로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광고를 전공하지 않은 그들의 ‘광고’



“대학 재학 시절부터 광고가 하고 싶었어요” 최건웅씨의 말이다. 그는 흑인음악동아리인 트루츠의 창단멤버일 만큼 학교 활동에 적극적이었다. 무작정 광고가 하고 싶었다는 그는 우리대학 학생들과 다른 대학 학생들 몇몇을 모아 연합동아리를 만들었다. 광고 스터디와 공모전이 주된 주제였다. 이들은 입선부터 제일기획 대상까지 40여 개의 상을 수상했다. “광고 관련 학과는 없었지만 오히려 다양한 분야의 친구들하고 멤버를 구성할 수 있어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어요. 철학의 인문학적인 부분과 디자인의 미학적인 부분을 서로 교류하면서 많은 걸 경험하고 배웠어요. 실제로 아이디어도 그런 부분에서 나왔구요”

디자인팀의 임지현씨는 “학교와 학과에 대한 선택 자체가 지금 생활에 굉장히 큰 영향 미치고 있어요. 고민도 많이 했었는데 정말 잘 선택했다고 생각해요. 디자인학과이지만 특정분야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수업과 체험을 할 수 있었어요. 지금도 대학 다닐 때 했던 작업이 생각나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이어지기도 해요” 철학이 전공인 정주호씨는 “철학은 절대 정답을 알려주지 않는데, 그 왜라는 물음이 광고에서도 계속 통하는 질문이에요. 대학을 다니면서 내내 경험하고 생각해 본 문제라 지금하는 활동과 나중에 하고 싶은 활동에 큰 도움이 돼요”

2007년 11월, 태안 앞바다가 기름으로 뒤덮였다. TV에서 서울의 요식업체 사장님들이 태안에 가서 자장면을 만들어 주는 봉사활동을 목격하고는 이들도 자신들의 특기로, 광고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태안살리기 프로젝트 캠페인 아이디어를 내 태안살리기 콘서트 같은 프로그램을 기획해 100개 넘는 기업에 연락을 취했으나 현실적인 문제로 결국 실행은 되지 못했다.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이때의 경험으로 용기를 얻고, 가능성을 얻었다.

요즘 실질적으로 가격을 지불하지 않고 접할 수 있는 문화적, 예술적 컨텐츠가 우리 주변에 많지 않다. Listen 캠페인은 자신의 존재감을 엔터테이먼트적으로 느끼게 하고, 사람들이 와서 체험하고 놀 수 있게 만든 장이었다. 최건웅씨는 “체험을 통해 소중함을 얻어가는 개념의 설치물이나 프로모션, 오프라인의 아트문화컨텐츠 개념 등 문화적인 마케팅 방법은 기업이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도 새로운 방법이면서 접하는 소비자, 수신자에게도 즐거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라며 “일방적으로 건강 조심해라가 아니라 같이 그걸 즐기면서 서로 공유하자는 식으로, 문화적으로 푸는 거죠”

Creativia는 Creative(상상력)와 via(~를 향하다)의 합성어다. 상상력이 좋은 곳에 쓰여야 한다는 뜻이다. 그들의 모토대로 사람을 향해 말이다. 무조건 공익적인 작업만을 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사람이 중심이 된 마케팅을 하고 싶다고 한다. 이들은 광고를 통해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꿈을 꾼다. 기업이나 클라이언트, 소비자 그리고 작업하는 자신들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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