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성숙단계를 조각으로
Self-Consciousness(자의식), 그가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얼핏 보면 단순히 정육면체 주위에 천조각을 붙인 것 같다. 정육면체의 양쪽에 달려 있는 천에서 팽팽한 부분은 긴장감, 느슨한 부분은 순응, 꼬아진 부분은 갈등을 나타낸다. 또한 정육면체는 완벽하지 못한 인간의 내면을 상징한다. 이를 종합해 보자면 팽팽한 긴장감과 그에 따른 갈등이 존재하는 인간의 완벽하지 못한 내면이, 한편으로는 그런 긴장과 갈등이 존재하는 사회에 느슨하게 순응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내면을 보여준다. 염상욱씨는 “대상 작품은 하나의 내면의식만을 나타냈지만 사실 이 작품은 연속적으로 이어져 있다”고 말했다.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처럼 인간의 내면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으므로 우리는 연속적인 내면의 성찰을 하면서 스스로를 인식해 나가야 한다. 결국 염상욱씨는 복잡한 인간의 내면세계를 최대한 표현하고자 했다. 작품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자신의 의도를 적나라하게 표출하지 않는다. 다만 부분마다 강조점을 두어 관람객으로 하여금 ‘이 부분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와 같은 궁금증에 빠지도록 한다.


‘천’에 빠지다
그는 대학원을 졸업한 직후 조각가로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냈다. 대학교를 다닐 때는 여러 작품을 모방해 조각가로서의 기초를 닦았고 대학원에서는 환경조각학과 정대현 교수의 연구조교로 조각에 대해 공부했다. 하지만 대학원까지 모두 마친 후 그는 ‘나만의 작품 색깔은 무엇일까?’라는 고민에 빠졌다. 이런 고민에 몰두해 있던 그를 사로잡았던 재료는 바로 천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염색공장을 하셨다. 어렸을 때부터 염색과정에 익숙한 그는 항상 천을 보고 자랐다. 염색재료로밖에 느껴지지 못할 법한 천이 그에게는 여러 가지 의미로 다가왔다. 천은 당기면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지고 느슨하게 풀어 놓으면 무기력한 순응을 보여주며 꼬아 놓으면 첨예한 갈등을 드러낼 수 있다. 또한 정교하게 잘린 천조각은 절단과 고통을 상징할 수 있다.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천을 중심으로 그는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천을 어느 시점까지 쓸지 모르지만 아직까지 천의 본질과 결합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천이라는 소재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그는 “새로운 작품에서 그 작품 콘셉트에 걸맞은 재료가 있다면 그것을 사용할 것”이라며 “한 가지 재료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재료를 사용해 점차적으로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모든 이가 문화를 향유하도록
대상 작품이 천과 도형을 통해 내면의 세계를 표현해서일까. 그는 엄숙하고 무거운 분위기의 작품만을 만들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는 예술가로서 대중에게 다양한 문화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왔다. 실제로 거제 양지암조각공원에 작품을 공모해 실질적으로 조각전과 같은 문화 체험을 하기 힘든 사람들에게도 문화체험의 기회를 넓혀주고 있다.

그가 열정을 다하고 있는 단체는 시흥미술협회이다. 그가 사무국장직을 맡고 있는 시흥미술협회는 시흥시의 문화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이 추진한 사업 중 옥구공원 조각정원 조성과 연꽃 미술 페스티벌은 그 규모가 가장 크다. 또한 시흥미술협회는 미국 로체스터시와 자매결연을 맺어 양국 간의 문화를 공유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염상욱씨는 사무국장으로서 작품기획부터 배치까지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시흥시의 주민들과 같이 문화로부터 소외된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인사동이나 청담동 그리고 로체스터시와 같은 예술의 거리를 찾아 가기엔 시간적·물리적 제약이 있다. 하지만 그는 “예술에서 만큼은 소외받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며 “모든 사람이 예술을 접할 수 있게 하려면 예술가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예술가들만의 노력으로 모든 사람이 예술을 향유하기란 힘들다. 왜냐하면 작품을 전시하는 데 공간과 자금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는 “때로는 사비를 들여 작품을 전시하기도 하고 후원금을 받아 전시회를 열기도 한다. 또한 작품을 전시하기 위한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수많은 곳을 돌아다닌다”며 대중들에게 문화향유의 기회를 넓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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