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_같은 주제, 서로 다른 생각

작년 미국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범인은 누구일까. 그 범인으로 ‘신자유주의’와 ‘시장’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불황을 벗어나기 위해 다시 케인스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케인스는 1929년 미국의 경제 대공황이 일어났을 때 대공황에서 벗어날 해결책으로 강력한 정부 개입을 주장한 경제학자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불황의 원인이 정부에 있다고 주장하는 경제학자들도 있다. 과연 케인스주의는 불황의 해결책일까, 아니면 불황의 원인인가.

<불황의 메커니즘>은 케인스의 입장에서 불황의 원인을 분석한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오노 교수는 불황의 원인으로 수요부족을 제시한다. 수요가 공급을 결정하는데 생산 효율성이 증가하는 만큼 소비의 증대가 이뤄지지 않아 불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수요부족을 낳는 원인으로 저축이 투자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과 구매력을 화폐가 흡수해버린다는 점을 들고 있다.

개인은 소득 중 일부만을 소비하고 나머지는 저축을 한다. 그런데 이 저축도 모두 생산 투자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저축을 하는 사람과 실제로 투자처를 결정하는 기업의 의사가 일치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케인스는 저축은 개인의 부를 위한 것일 뿐 사회 전체의 부를 증가시키진 못한다고 말한다.

수요부족이 일어나는 또 다른 원인으로는 화폐에 대한 집착을 들 수 있다. 사람들은 화폐를 가짐으로써 얻는 이익과 재화를 구입함으로써 얻는 이익을 비교하고 어느 이익이 더 큰가에 따라 행동한다. 화폐를 보유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으로는 유동성 프리미엄이 있다. 유동성 프리미엄이란 아무 때에나 소비를 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욕구를 말한다.

반면 재화는 소비이자율이라는 이익을 갖고 있다. 소비이자율이란 시간선호율과 물가상승률의 합이다. 즉 그 당시의 소비 욕구를 참는 대가와 물가 상승에 따라 올라간 물건의 가치를 더한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유동성을 보유하려는 욕망이 강하기에 소비하기보다는 화폐를 가지고 싶어 한다. 이는 화폐가 가지는 특성들 때문이다. 화폐는 다른 자산이나 재화가 대신할 수 없고, 그 양을 늘이는 것도 쉽지 않아 가치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재화에 대한 구매력을 화폐가 흡수하게 되고 이로 인해 수요부족이 발생하게 된다.

이렇게 수요부족이 발생하기 때문에 케인스는 정부의 개입을 호소했다. 수요부족을 메울 수 있을 만큼 정부에서 투자를 해야 불황에서 탈피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또한 정부개입을 통해서 인플레이션 현상을 일으켜야 유동성 프리미엄이 떨어져 화폐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부의 재분배를 통해서 하층의 소비를 증대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케인스가 죽어야 경제가 산다>에서는 수요부족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리고 오히려 정부가 개입했을 때의 폐해를 강조한다.

<케인스가 죽어야 경제가 산다>의 저자인 토머스 우즈 주니어는 케인스와는 반대로 공급이 수요를 결정한다고 파악한다. 물건을 생산함으로써 임금을 얻어야 소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어떻게 가치를 생산하지 않았는데 처음부터 수요가 있을 수 있냐고 반문하고 있다.

그리고 저축에 있어서도 이 책은 케인스나 오노 교수와는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저축은 기업의 투자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수요와 공급의 자율적인 구조에서 사람들이 저축을 하지 않을 때에는 이자율이 올라가 사람들이 저축을 하기 시작한다. 저축이 증가해 이자율이 하락하게 되면 기업은 그동안 사람들이 저축한 자원을 가지고 장기투자를 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이자율이 낮으면 기업이 장기투자를 하는 데 부담이 줄어들고 수요 창출에 유리해진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자율적 구조를 깸으로써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바로 정부의 개입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중앙은행의 이자율 변동은 가장 큰 폐해를 야기한다. 이 책의 저자는 이를 불황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한다. 중앙은행은 경기불황이 오면 호황을 위해 이자율을 인위적으로 낮춘다. 그러나 이는 시장에 큰 혼란을 준다. 이자율이 낮아지면 소비가 일시적으로 많아지며, 기업들도 투자를 하게 된다. 그러나 이는 기업들이 투자를 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자원이 축적 됐다고 착각함으로써 나타나는 효과다. 결국 기업들은 대규모 투자를 하던 도중, 투자를 위한 자원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고, 도산하게 된다. 중앙은행의 자의적 이자율 변동이 불황을 낳게 된 것이다.

케인스주의가 불황에서 벗어나는 방법인가를 두고 <불황의 메커니즘>과 <케인스가 죽어야 경제가 산다>는 서로 격돌하고 있다. 케인스 경제학은 불황의 탈출구인가 아니면 불황으로 가는 지름길인가. 이 두 책을 통해 상이한 관점에서 케인스의 경제학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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