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인 이야기

‘사람을 향합니다’, ‘우린 누군가의 박카스다’ 등의 광고를 만든 광고인 박웅현은 “광고라는 도구를 통해 소통하는 방법을 찾을 때 창의력이 필요하며 그 창의력을 위해서는 인문학적인 소양이 중요합니다”고 말했다. 광고와 인문학이라는 좀처럼 친할 것 같지 않은 두 분야가 서로의 이해를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다. 비단 광고와 인문학뿐이겠는가. 역사와 경영, 통계학과 건축학 등 전혀 통할 것 같지 않았던 두 분야가 만나 학문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강희정(국어국문 05)씨와 최정례(국어국문 05)씨는 인문학적 가치를 원자력에 응용해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주관하는 전국 대학생 원자력 논문 공모전에서 우수상인 한수원 사장상을 수상했다. 영화감독의 꿈을 키우고 있다는 강희정씨는 “시나리오나 영화 공모전에 많이 응모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 그러던 참에 생각지도 못한 분야에서 상을 받게 됐다”며 “뜬금없는 상을 받았지만 그 후로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고 말한다.

원자력 논문 공모전의 주제는 ‘우리나라 원전산업 발전과 사회적 수용성 증대방안’, 즉 원자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타개할 수 있는 방안이었다. 강희정씨는 “미디어에 관한 철학과 수업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그는 원자력 발전이 가장 사고율이 낮은데도 사람들이 꺼려한다는 점에 집중해 ‘과장된 공포’란 개념에 논문을 시작했다. 사람들이 어떠한 이유로 원자력에 대해 과장된 공포를 갖게 됐는지 그 해답을 찾던 중, 미디어에서 원자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그들은 역으로 이러한 미디어를 이용해 좋은 이미지를 퍼뜨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nuclear’에서 ‘new clear’으로의 발상의 전환을 한 것이다.

공모전에 수상한 총 7팀 중, 어떤 팀에도 인문학도는 없었다. 기계, 에너지, 원자력 등을 전공하는 ‘전문가’들이 대부분이었다. “제가 원자력 공모전에서 상을 탔듯이, 원자력 공부하는 학생이 문학상을 탈 수 있는 거잖아요”라는 그. 한우물만 파라? 하나를 파던 둘을 파던 그것이 더 이상 뭐가 중요할까. 중요한건 어떤 분야에서든지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최대한 활용해 창의적인 발상을 이뤄내는 힘일 것이다.



글_ 문유미 기자 dbal616@uos.ac.kr
사진_ 조범근 기자 accguy@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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