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속의 세계 인도 현재 : 문학속의 인도

1,000루피짜리 문제부터 시작된다. 람의 친동생과 같던 살림이 동경했던 배우 아르만 알리는 살림에게 영웅이었다. 하지만 스크린 속 영웅 아르만 알리의 실제는 영화관의 어두움을 틈타 어린 소년의 다리를 탐하는 노인이었다는 이야기와 함께 첫 번째 문제가 마무리된다.

1,000루피짜리 문제가 1,000,000,000루피 문제로 넘어가는 동안에 책은 각각의 문제와 관련된 주인공 ‘람’의 삶을 통해 인도 여성들이 당하는 가정 내 폭력, 어린아이에게 전문적으로 앵벌이를 시키는 사회, 종교로 인한 분쟁, 카스트 제도의 세습으로 성을 파는 여인들의 삶 등을 그린다.

이 이야기가 익숙치 않은가. 이것은 영화로도 제작돼 큰 반향을 일으켰던 소설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이야기다. 이 책은 사실 제목에서부터 인도사회의 그늘을 내포하고 있다. 슬럼독과 밀리어네어. 슬럼에 사는 사람은 사람이 아닌 개 취급을 당한다. 인도 사회에서 쉽게 없어지지 않는 계급의식을 보여준다. 제목은 하층민과 부유층간의 극심한 빈부격차 또한 암시한다.

구성원간 적절한 균형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사회. 불균형한 인도 사회에 대한 저항의 의미일까, 아니면 균형 있는 사회에 대한 바람의 의미일까. 소설 <적절한 균형>은 적절한 균형이 없는 인도의 모습을 ‘적절한 균형’이라는 제목으로 그린 소설이다.

소설은 디나 달랄과 이시바, 옴프라카시 그리고 메넥이 만나게 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나서 각 가문들의 구구절절한 이야기와 그들의 만난 후의 이야기가 800페이지가 넘는 지면에 옴니버스 식으로 펼쳐진다.

소설은 국가비상사태 선포시기를 배경으로 인도 정부의 무자비한, 반인권적 정책과 시행을 고발하고, 각각의 가문과 주인공들의 삶을 통해 카스트 제도의 불합리성과 남성의 권력주의적인 행동, 이슬람과 힌두교 사이의 불편한 관계 등을 풀어낸다. 이러한 불균형적인 사회의 모습은 불균형에서 균형으로 나아가는 주인공들의 삶의 모습과 대비돼 더 절실하게 비쳐진다.

실제 인도의 거리를 거닐다보면 인도사회의 빈부격차, 카스트 제도의 잔재 등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인도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인 뭄바이의 경우, 하루 숙박비가 300달러를 호가하는 타지마할 호텔에서 몇 발작 떨어진 골목으로 들어가면 집이 없어 길에 이불을 깔고 아이와 함께 생활하는 가족들을 만날 수 있다. 일몰이 멋진 뭄바이의 쪼빠티 해변에서는 해변너머 보이는 부자동네와 해수욕장에 형성된 판자집을 동시에 볼 수 있으며, 하지 알리 사원 앞에는 기도하러 온 사람들 외에 <적절한 균형>에서의 ‘샨카’같은, 사지를 잃은 앵벌이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다.

도비가트는 빨래가 운명인 사람들이 아침부터 비눗물에 몸을 담그고 어깨에 빨래를 둘러멘 채 빨래를 하고 있는 반면 뒤에서는 발전의 상징물인 양 또 하나의 높은 건물이 올라가고 있다.

인도 정부도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하위 카스트들을 위해 교육 장려금을 지급하고, 대학 입학과 정부관리 임용 시 일정 비율을 이들에게 할당하는 등의 관련 정책들을 시행중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카스트제도는 인도 내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이러한 구조는 능력이나 성과에 상관없이 자신들의 카스트출신 정당만 지지하게 함으로써 민주사회의 운용을 왜곡하고, 빈부격차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사회 모습은 문학뿐 아니라 그림의 소재가 되곤 한다. 인구 12억의 대국, IT강국 등으로 불리기 이전에 인도는 카스트의 나라이고, 빈부격차가 심한 나라이며, 인도에서 1억 여명의 여아가 낙태로 사망한다는 최근 발표에서 보듯이 남녀불평등 국가이다. 인도의 빛과 함께 공존하는 인도사회의 그늘이 더 이상 문학작품이나 예술작품의 주소재가 되지 않을 날이 언제쯤 오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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